[문화산책] 필살기-'연륜'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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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0 07:52  |  수정 2021-02-10 07:58  |  발행일 2021-02-10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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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극작가〉

조사 시기와 방법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세대갈등'은 언제나 정치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커다란 집단 갈등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아랫세대는 윗세대를 가리켜 '꼰대'라 부르고, 윗세대는 아랫세대를 가리켜 '무개념'이라 부르는 오늘이 사실 특별할 것은 없다. 그건 부분적 수정을 거친 리메이크 영화처럼 어느 시대에나 용어만 달랐을 뿐 존재했던 충실한 갈등의 한 유형이었으니.

이제 필자는 저울추 위에 올라서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아랫세대의 시선에서 윗세대를 부정했던 그동안과 달리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통해 윗세대의 '연륜'과 관련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는 생전 오이디푸스 3부작을 발표했다.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그것이다. 특히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90년을 넘게 산 작가의 마지막 작품인데 기원전 407년에 집필되었다. 알려진 그의 사망 시기가 기원전 406년이니 굉장히 연로한 나이에 완성한 수작이다.

작품의 주내용은 '오이디푸스 왕'의 결말과 연결되는데, 한 줄로 요약하자면 추방된 눈먼 오이디푸스의 한 많은 유배 생활이다. 작품 속 그는 늙어 죽음을 앞두고 있어서 일정 부분 삶과 죽음을 초월한 모습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데, '박진감'은 이전 글들보다 부족할지 모르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전하는 무게와 울림은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포클레스의 '나이'가 만들어낸 '연륜' 덕도 분명 있으리라 본다. 연륜은 '여러 해 쌓은 경험에 의해 이뤄진 숙련의 정도'라는 사전적 뜻이 있는데, 그것은 아랫세대가 쟁취할 수 없는 윗세대만이 가지는 일종의 '필살기'가 아닐까. 그 필살기로 써낸 글이 바로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다. 하지만 연륜이 빛을 보려면 윗세대의 유연한 사고와 태도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아랫세대가 벽부터 쳐두고 그들을 밀어낼 하등의 이유가 없다. 각설하고,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말로 마무리지으려 한다.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김민수〈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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