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떤 영화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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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6 07:39  |  수정 2021-02-16 07:42  |  발행일 2021-02-16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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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

우연히 10년 전쯤 '인 타임(in time)'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먼 미래에 관한 주제였지만 현실감 있게 다가와서 적지 않은 충격을 느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2169년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젊은 모습으로 살 수 있지만, 그 대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보디 시계'에 1년이란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이 지나면 죽게 된다. 다만 돈으로 시간을 충전하면 젊은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서 고안되었다. 그리고 부자와 가난한 자가 사는 구역은 나누어져 있고, 가난한 자는 부자 구역에 들어갈 수 없다. 시스템의 비밀을 알게 된 남자 주인공이 중앙은행장의 시간 금고에 들어가 시간을 훔쳐서 여러 도시에 있는 시간 급식소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어떻게 보면 뻔한 줄거리지만, 지금 현실은 그 영화 속 상황과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소득 수준에 따라서 기대수명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지 오래다. 폭등한 집값으로 인해 서민들은 서울 강남에 입성하기 어렵다. 상당수 젊은이들이 취직과 결혼, 집 마련을 포기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빈부격차가 더 커졌다고 한다. 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사업 부문에서는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고, 주식시장 역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자영업자 대부분은 거의 빈사 상태다.

권력자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도 국민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계 최고의 기업도 소비자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가진 자가 다른 구성원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마련하고 최소한의 배려를 할 때 국가나 그 사회는 유지되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접해 본 것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계속 유지·발전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대응한 방식과는 다른 뭔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in time'은 '늦지 않게, 제 시간에'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그리 많은 시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제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수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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