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현대미술을 이해하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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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2 08:23  |  수정 2021-02-22 09:06  |  발행일 2021-02-22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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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미술평론가〉

대학 시절 처음 미술이론을 접하며 도서관에서 관련 자료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구석기에서 현대미술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이해하며 미술을 알아간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깊이 있게 배웠던 알찬 시간이었다.

현대미술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을 때 그에 따른 이해 수준 역시 낮았다. 예를 들어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작품을 보고 그저 단순하고 정확하게 그려진 비교적 쉬운 작품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대상이나 사물을 묘사하지 않으니 간단할 것이라는 착오를 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은 어린 시절 아주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직관적 종교철학인 신지학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삼원색, 무채색을 사용한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의 생활환경도 작품과 비슷했다. 수직과 수평만 이용한 디자인에 색채는 삼원색과 무채색으로 꾸민 실내에서 생활했다. 장식용 꽃조차 견디기 힘들어 흰색으로 칠해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대각선마저 사용하지 않았으며, 미술에서 가장 순수하고 단순화된 형상을 찾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단순하게 보이는 작품이지만 오랜 시간 완벽히 공들여 작품제작에 임했다. 이를 신조형주의로 명명했으며, 당시 미술잡지 데스틸(De Stijl)에 그의 이념인 균형과 질서의 아름다움을 피력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뉴욕으로 건너가 신조형주의를 발전시키고 이는 패션, 디자인, 건축 등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몬드리안의 미학적 이념과 시대적 상관관계, 신조형주의 작품의 변화와 그 노력 등을 충분히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작품이 단순히 보이지 않았다. 순수한 추상을 표현하기 위한 무수한 연구와 노고가 따랐음을 알았다. 미술작품은 몸소 느끼고 깨달은 후 작품을 감상하면 더 이해하기가 쉽다.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예민했고 사소한 일에 상처받고 불같이 화를 내는 스타일이라 늘 조심했다. 단순히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불행,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 자녀의 일탈 등을 알게 되었고 서서히 억울하고 슬픈 그 감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상대가 이상한 것이 아닌 내가 상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상처가 많았기에 사소한 것에도 큰 고통이 따랐음을. 구본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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