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트레이닝 패션…봄 나들이 옷 걱정? 휘뚜루마뚜루 걸치면 끝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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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6   |  발행일 2021-02-26 제37면   |  수정 2021-02-26
활동 편하고, 가성비 좋고, 스타일리시
저렴한 방구석 패션, 외출복으로 진화
집업·맨투맨에 조거팬츠 셋업룩 대세
미니스커트·샌들과 매치해도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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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s 빅토리아 시크릿

시인 오세영은 '2월의 시'에서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없다고 했다. 벌써부터 낮에는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외투를 벗고 가볍고 산뜻한 옷을 찾게 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성급한 매화가 이른 꽃망울을 터트리는 초봄, 패션계도 봄 마중이 분주한 2월의 끝자락이다. 2월 말에서 3월은 봄인 줄 알고 방심했다 변덕스러운 기온차로 무엇을 입어야 할지 패션이 가장 고민되는 어려운 시기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 지려나 했던 기대와 달리 최근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며 오랜만에 좀 예뻐 보이고, 멋 좀 부리려 했던 근사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다. 이제 사회 전반으로 장기적인 비대면 라이프가 길어지면서 패션계도 트렌드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이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고착되고 있다. 그러므로 언택트 라이프에 최적화된 활동이 편하고, 가성비가 좋으며, 적당히 스타일리시하기도 해서 한 개의 아이템으로 두루두루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패션인 애슬레저 트렌드의 유행이 올 봄을 더 강력히 점령할 전망이다.

애슬레저는 애슬(Athletic:운동)과 레저(Leisure:여가)가 합쳐진 용어로 운동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스포츠웨어를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애슬레저 열풍이 패션계를 휩쓸고 있는데, 특별히 2021년 S/S 시즌에는 애슬레저 룩 가운데 '트레이닝 복'이 '패션'이라는 타이틀을 장착하고 최고의 수혜주로 등장했다. 트레이닝 복은 말 그대로 운동할 때 입는 옷이다. 그러나 '트레이닝 복'이 '트레이닝 패션'으로 본격적인 신분상승하며 관심의 포화를 받고 있는 것은 집을 중심으로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원 마일 라이프와 홈 트레이닝의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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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s 빅토리아 시크릿

트레이닝 패션은 요즘 드라마 '런 온'에서 신세경과 예능프로 '런닝 맨'의 송지효 등 스타들이 방송을 통해 자주 선보이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고 고준희나 기은세, 아일린 같은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 착용 샷이 잦아지면서 트레이닝 패션을 향한 패셔니스타들의 관심과 열기가 가세하고 있다. 이처럼 요즘 트레이닝 복은 스타디움이나 짐(GYM)에서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본래 용도와 달리 '운동복'으로보다는 오히려 일상의 '패션'으로 만나는 것이 더 쉬워졌다. 메이저 브랜드인 나이키나 아디다스 외에 하이엔드 감각의 애슬레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미우미우나 프레드 페리와 대중브랜드로 나일로라(nylora)나 룰루 레몬(lullu lemon), 스트레치 엔젤스 같은 브랜드의 트레이닝 패션은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어 스타일은 포기하기 싫고 편하게 막 입어도 일상이 힙하고 싶을 때 딱 맞는 패션을 지향한다. 이들 패션의 특징은 운동도 이왕이면 보디를 돋보이게 하면서 패션으로 사람들의 시각적 감탄을 동시에 자아내도록 센스 있는 룩을 구사하도록 기획 단계부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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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s 나일로라(NYLORA)

트레이닝 복(Training)은 스포츠를 할 때 입는 운동복으로 정확하게는 선수들이 경기가 아닌 훈련 시 착용하거나 경기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입어 외부 온도 변화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옷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비표준어인 '추리닝'이라 지칭되는데 이 용어는 일본어 트레이닝(토레닌구)에서 유래하였으며, 바른 영어표현은 Sweat suit다. 현재 트레이닝 복은 전 국민이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는 범용성을 자랑하는 아이템이지만, 사실은 과거 동네 방구석 1열을 대표했던 백수형들의 방구석 시그니처 패션이자 외출복이었다. 그들이 아침 느지막까지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고 뒹굴다 아디다스 3선 슬리퍼를 끌고 나와 동네 원 마일을 구석구석 할 일없이 쏘다닐 때 책임졌던 옷이다. 트레이닝 상의는 주로 집업 스타일이나 경우에 따라 후디나 스웨트셔츠로 만들며, 팬츠는 허리에 고무줄을 넣고 밑단을 조거스타일로 하거나 스트링과 스토퍼로 잡아당겨 입고 벗기 편하도록 디자인 되어 있어 스포츠 활동 외에 올 데이, 올 라운드 플레이가 가능해짐에 따라 일상패션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처럼 예의라고는 없는 듯한 흑역사의 트레이닝 복이 무슨 패션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트레이닝 복도 엄연히 시대에 따른 독특한 트렌드와 스타일을 만들며 발전해왔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이소룡의 영화에 등장했던 노란색에 검정선이 들어갔던 트레이닝 복은 최초의 패션 이슈메이커였다. 2002년 월드컵 열기와 함께 한 벌로 빼입던 추리닝 패션 열기는 2003년 할리우드 영화 킬빌(Kill vill)에서 이를 오마주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다시 유행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트레이닝 복은 2010년대를 전후하여 저렴한 방구석 패션에서 외출복으로 본격적으로 진화하여 디자인과 트렌드에 대대적 변화가 일어났다. 원조 추리닝 패션 대표주자인 아디다스(adidas)는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Jeremy Scott)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펑키한 별 트레이닝복을 선보이며 유례 없는 열광을 이끌어내 국내에서도 2NE1, 이효리 등이 이 옷을 입으며 단박에 세계적 패션 최애템으로 등극하였고, 스텔라 메카트니(Stella McCartney)는 도시적인 시크한 라인으로 트레이닝 패션의 수준을 바꾸어 놓았다. 반면에 패션브랜드 쥬시 꾸띠르(Juicy Couture)는 럭셔리 패션에서나 쓸법한 벨벳소재를 트레이닝 패션에 접목하고 화려하고 감각적인 컬러 믹스, 로맨틱한 패턴, 반짝이는 비즈나 크리스탈 보석장식, 여성적인 자수 장식을 도입해 트레이닝 복을 럭셔리한 외출복 패션으로 체인지하는 신기원을 완성하였다. 쥬시 꾸띠르의 트레이닝 복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외출 시 단골 패션템으로 많은 파파라치 컷을 선보였고, 심지어 예의가 격식이 요구되는 외출복이나 정찬의 데이트 룩으로도 소개되며 새로운 룩의 탄생을 예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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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요즘 출시되는 트레이닝 패션은 집업(zip-up)과 조거팬츠(jogger pants)의 셋업룩이 대세이며, 스웨터셔츠(sweater shirts : 일명 맨투맨)에 조거팬츠의 매치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트레이닝 패션 선택 시 소재는 고밀도 면의 쫀쫀한 조직감으로 톡톡한 두께감이 있고 가벼운 중량감과 부드러운 터치에 보온성이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조거팬츠는 밴딩부분이 탄탄하게 발목을 잡아주고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고르도록 한다. 실루엣은 조금 타이트한 레귤러 핏으로 선택하면 하체가 날씬하고 길어 보인다. 레깅스(leggings)나 쇼츠, 사이클 팬츠의 셋업으로 구성하면 핫한 패션이 된다. 상의 스타일링은 안에 섹시한 브라톱, 크롭 티, 크롭 후디, 일반 티와 입거나, 데일리 웨어로 패션 체인지가 필요할 땐 위에 시스루 베스트나 오버사이즈 티, 재킷을 걸쳐주기만 해도 금세 감각적인 룩으로 무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팁을 더하자면 스니커즈 같이 전체를 스포티 무드로 마무리를 해도 좋지만, 미우미우 브랜드처럼 미니 스커트나 명품백이나 패미닌 무드의 샌들이나 힐을 매치하면 새로운 하이엔드 룩을 완성할 수도 있다.

코로나로 지친 봄이 오는 한적한 길목에서 싱그러운 트레이닝 패션을 입고 나에게 건강한 릴렉스와 힐링을 선물해 보자.

▨ 참고문헌

△https://nylora.co.kr/
△https://blog.naver.com/crysta06/222216327265
△https://ko.wikipedia.org/wiki/
△https://designerrui.tistory.com/58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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