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기본권 사수 노력…맹목적 반대와 구분해야"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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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3 07:24  |  수정 2021-02-23 08:33  |  발행일 2021-02-23 제3면
대구 곳곳 '특정시설 건립·이전 갈등'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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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에 걸린 현수막. 인근 주민들은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며 구청에 책임을 묻고 있다(위). 대구 서구 상리동 동물화장장 건립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2018년 10월 서구 평리동 서구청 앞에서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민들은 서구에 쓰레기 매립장, 음식물 쓰레기처리장, 염색공단폐수처리장에 이어 동물화장장까지 들어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남일보 DB〉

최근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가 이슬람사원 건축으로 술렁이고 있다. 한 경북대학생은 "이슬람 예배당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생활권에 들어오는 것은 싫다"고 했다. 이처럼 대구지역 곳곳에서 주민들이 '특정 시설' 건립이나 이전을 반대하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문화적인 차이' '건강권 침해' 등 주민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주민들의 특정시설 반대에 대해 "님비현상이라기보다 피해를 예방하려는 당연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이슬람사원 반대 등 '주관적인 싫음'으로 비롯된 사례가 있는데, 예상되는 피해가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을 단순히 이기주의로만 폄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시설물 건립 반대 갈등'을 통해 정부기관과 주민 등이 민감한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훈련을 해볼 수도 있다"며 "시민들의 자신의 기본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과 맹목적 반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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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에 걸린 현수막. 인근 주민들은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며 구청에 책임을 묻고 있다(위). 대구 서구 상리동 동물화장장 건립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2018년 10월 서구 평리동 서구청 앞에서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민들은 서구에 쓰레기 매립장, 음식물 쓰레기처리장, 염색공단폐수처리장에 이어 동물화장장까지 들어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남일보 DB〉

"동네 한복판에 무슬림 예배당"…거주민 이탈 슬럼화 우려
#1 북구 이슬람사원

지난해 9월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 교인들이 공동명의로 된 한 주택을 근린생활시설 '종교집회장'으로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12월 착공 허가가 났다. 대현동 주민들은 들고 일어났다. 반대의 뜻을 밝힌 현수막을 대구시청과 북구 곳곳에 내걸었다. 북구청에 건립 반대 탄원서도 제출했다. 주민들은 소음·악취 등을 들며 반대하고 있다. 무슬림이 많은 서구 북부정류장 일대를 예로 들며 슬럼화와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지금은 괜찮지만 장기적으로 걱정된다"며 "이슬람 세력이 늘어나면 기존 한국인 주민들이 빠져 나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예배당이 들어서는 곳이 주거밀집지역임을 강조했다. "동네 한복판에 이슬람 예배당이 웬 말이냐"고 했다.

이슬람 교인들은 대화로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 무슬림은 "한국은 이슬람 문화권과 직접 맞닿은 곳이 아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 온 초기 이슬람 교도들이 주거밀접지역에 터를 잡은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대현동에 건립 예정인 이슬람 예배당은 연면적 245㎡(약 70평)의 2층 건물로 설계됐다. 일부 주민은 규모 축소 등의 조건으로 이슬람 교도들과 합의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슬람 예배당의 공사는 북구청의 중지 결정으로 중단된 상태다.

"기피시설 많은데 혐오시설까지"…유독가스 발생 주장도
#2 서구 동물화장장

2017년 3월 서구 상리동에 한 민간사업자가 2층짜리 1동 건물로 동물화장시설, 전용 장례식장, 납골시설을 짓겠다며 서구청에 동물화장장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서구청이 같은 해 5월 반려하자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서구청은 도로 폭·환경 영향·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민간업자는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심에서 서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서구에 기피시설이 많은데 또 하나의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동물 사체를 소각하며 발생하는 유독가스 등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사업주는 필요시설이라며 맞서고 있다.

남동발전
대구 달성군 남부지역(구지면 등) 주민들이 대구시청 앞 주차장에서 발전소 건립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독자 제공〉

"발암물질 발생" 주민 동의절차 앞두고 반대 목소리 높여
#3 달성 LNG발전소


한국남동발전은 달성군 구지면에 LNG(액화천연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14만5천㎡ 부지에 1천200㎿급 발전설비 건립에 1조3천807억원을 투입한다. 이 발전소는 내년 5월 착공 예정이지만 주민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남동발전소의 발전소 건립 제안에 따라 대구시는 2018년 11월 유치 동의를 했다. 하지만 주민의 반대가 제기됐고, 달성군이 지역구인 김원규 대구시의원은 지난해 12월 주민 1만2천여 명의 반대서명을 받아 대구시의회 장상수 의장과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에게 전달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주민 동의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절차가 남은 상태다.

발전소 측에서는 LNG는 연소할 때 유해물질 발생량이 적어 청정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벤젠·톨루엔 등 발암물질과 미세먼지 등을 발생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굴뚝 없는 산단을 만든다더니 LNG발전소를 짓는 것은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동발전 측은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으로 구성해 복합발전을 함으로써 열효율이 높고 먼지와 황산화물 배출이 없다"며 주민을 설득할 계획이다. 또 "지역 업체 기자재 구입, 지역인재 채용 등 발전소 건립 지역과 상생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투기 소음도 힘든데…" 동구 이전 가능성 제기에 발끈
#4 달서 월배차량기지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월배차량기지는 2000년대 초반 월배지역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이전 문제가 거론됐다.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전동차 소음, 분진 등의 민원이 잇따랐던 것이다. 결국 권영진 대구시장이 2018년 공약으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월배차량기지 이전을 내걸었다. 월배차량기지의 구체적인 이전 방안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월배차량기지가 대구 동구 안심차량기지로 통합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자 동구 주민들이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대구 동구의회가 "안심기지 통합이전 결사반대한다"는 결의문을 내놓았다.

한 동구 주민은 "전투기 소음에 비행안전고도제한으로 인해 고통과 재산권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기피시설인 지하철 차량기지를 우리 지역으로 옮기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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