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존재의 이유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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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4 07:42  |  수정 2021-02-24 07:43  |  발행일 2021-02-2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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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극작가〉

따지고 보면 밥벌이의 일환이지만, 구태여 분류하자면 필자의 일은 '예술'에 포함된다. 그런데 예술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이 일에서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조금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물음을 꽤 오랫동안 품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같은 물음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사실 조금만 찾아보면 예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 글은 무수히 많다. 그런데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필자는 도돌이표가 되어 묻고 또 묻는다. 예술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책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서 예술을 치유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예술은 우리의 어떤 타고난 약점들, 이 경우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심리적 결함이라 칭할 수 있는 약점들을 보완해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곱 가지의 심리적 취약점(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을 갖고 있는데, 예술은 도구로서 일곱 개의 보조수단을 제공한다고 하였다. 열거해보면 나쁜 기억의 교정책, 희망의 조달자, 슬픔을 존엄화하는 원천, 균형추, 자기 이해로 이끄는 길잡이, 경험을 확장하는 길잡이, 감각을 깨우는 도구가 그것이다. 한정된 지면상 전체를 얘기할 수는 없고 이 중 '희망의 조달자'로서 예술의 가치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의 삶은 장밋빛보다는 가시덤불에 가깝다. 오죽하면 멀리서 바라보아야 희극이라고 하겠는가. 책의 저자는 세상의 부당함과 그 앞에서 작아지고 약해지는 자신에게 희망의 성향을 지켜낼 도구가 필요하고, 그게 예술이라고 했다. 만약 세상이 좀 더 따뜻한 곳이라면 그런 예쁜 예술작품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부연하며.

유독 녹록지 않은 요즘이다. 전염병으로 세상은 어수선하고 부동산, 세금, 물가, 취업 등 열거하기 어려운 '팍팍함'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이런 세상 속 필자가 하는 일이 속 편한 신선놀음이 아닌 '치유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예술의 존재 이유를 넘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되어주는 것 같다.

덧붙여 수용자는 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기도 했던 예술을 (물론 완전히는 아니지만) 더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 필자는 열심히 쓸 터이니 그대들은 마음껏 예술을 향유하며 그곳에서 '희망'과 '위로'를 얻어가길.

김민수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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