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명필이야기 .15] '필간(筆諫)' 유공권…맑으면서도 호방한 해서로 명성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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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5 07:56  |  수정 2021-04-15 08:06  |  발행일 2021-04-15 제17면
구양순·안진경의 중간형태
현비탑비는 후세 임서의 모범

유공권-현비탑비1
유공권의 대표작 '현비탑비' 탁본(부분).

유공권(柳公權·778~865)은 당나라 서예가로 구양순, 안진경, 조맹부와 함께 '해서 4대가'로 불린다.

그는 당나라 목종과 문종 때 시서학사(詩書學士)를 담당했으며 황제들로부터 각별한 대우를 받았다. 목종이 유공권에게 글씨 쓰는 법을 묻자 "붓을 사용하는 것은 마음에 달려 있으니 마음이 바르면 붓도 바르게 됩니다. 이것은 가히 법이 될 수 있습니다(用筆在心 心正則筆正 乃可爲法)"라고 답했다.

서예역사에서는 이를 두고 '필간(筆諫)'이라 한다. 용필의 방법을 빌려 간언한 것이다.

유공권은 산시(陝西)성 출신으로, 관직은 간의대부와 태자소사(太子少師)까지 지냈다. 평소에 간언을 서슴지 않아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런 그를 '유간의(柳諫議)'라고도 불렀다.

글씨는 특히 해서에 뛰어났다. 처음에는 왕희지의 서체를 배웠으나 당시 가까운 시대의 필법을 두루 익혔다. 글씨체가 힘이 있고 강하면서도 아름다워 일가를 이룬 그는 안진경과 구양순의 필법을 배웠으나 안진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다른 명필가들의 글씨를 그대로 닮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장점을 취해 자신만의 참신한 예술풍격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가로획의 용필에 있어서 구양순은 이것을 세로획에 비해 약간 가볍게 하는데, 안진경은 완전히 가볍게 하고, 유공권은 서로 비슷하게 한다. 그리고 결구 면에서는 구양순은 근엄하게 하고, 안진경은 단정하면서도 장중하게 한다. 유공권은 이것들의 중간 형태를 취하면서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세 사람의 글씨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구양순의 모난 것과 안진경의 둥근 것을 취해 새로운 필법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유공권의 글씨는 '맑으면서도 굳세고 호방하며 웅건하다(淸勁豪健)'는 평을 듣는다.

청나라 건륭제는 그의 필체를 높이 평가해 '험준함 속에 생기가 있고, 힘은 우군(右軍: 왕희지)에 버금간다'고 칭찬했다.

유공권은 해서로 이름이 높았지만 행·초서도 잘 써서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당시 유공권의 글씨로 공경대부 집안의 비석을 세우지 않으면 불효자라는 말이 회자가 될 정도였고, 사방에서 조공이 들어올 때 사신들이 다투어 돈과 재물로 그의 글씨를 사려고 했다.

유공권의 대표작으로는 '현비탑비(玄秘塔碑)' '신책군비(神策軍碑)' '금강경' 등이 있다. 이 중 현비탑비는 많은 후세 서예가에게 임서(臨書)의 모범이 되고 있다. 배휴(裵休)가 글을 짓고 유공권이 해서로 쓴 것으로 841년에 새겼다. 현재 시안(西安) 비림(碑林)에 소장돼 있다. 이 비석의 글씨는 유공권의 글씨 중에서도 가장 근골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굳세면서도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다.

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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