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당쇠' 투수 김대우 "선발 흔들리면 달려갑니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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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9 19:24  |  수정 2021-04-19 19:52
허삼영 감독 "기꺼이 희생...감독으로서 고마운 선수"
김대우
지난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 김대우<사진>는 이날 경기 5회 2사 이후 이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겨 받아 7회까지 2⅔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피칭을 보여줬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개막 3연패 악몽에 빠져있던 지난 7일, 원태인은 잠실 두산전 5이닝 1실점 호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삼성 타선이 한 점도 올리지 못하면서 원태인은 0-1 패전을 떠안았다.

이번에는 삼성이 5연승을 달리던 14일 대구 한화전. 이승민이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3실점 하면서 흔들렸고 조기 강판당했다. 삼성은 결국 역전하지 못하고 2-6으로 패했다.

17일엔 삼성이 사직 롯데전에서 1회 8점, 2회 3점을 올리며 초반부터 크게 앞섰다. 5회 1점을 보태며 12-0 대승을 거두는 동안 선발 백정현은 6회까지 공 98개를 던지고 교체됐다.

서로 다른 세 상황에 마운드를 넘겨받은 선수는 모두 같다. 데뷔 10년차 베테랑이자 삼성 이적 6년차 '스윙맨' 투수 김대우다.

김대우는 손이 땅에 붙다시피 하는 기묘한 자세로 공을 던지는 언더핸드 투수다. 지난해 김대우는 주로 선발투수가 부진할 때 등판하는 스윙맨으로 뛰며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77⅔이닝을 소화했고, 3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선발과 중간계투의 보직을 넘나들며 긴 이닝을 책임지는 '스윙맨' 혹은 '롱릴리프'는 사실 표현은 멋들어지지만, 투수 개인으로 볼 땐 달갑지 않은 보직이다. 필승조, 추격조로 나뉘는 일반적 중간계투와 달리 어떤 상황에 맞딱들일지, 이닝을 얼마나 소화할지 몰라서다. 승패나 홀드, 세이브 등 기록이 남지 않는 경기도 태반이다.

그런데도 김대우는 팀이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불평 한 마디 없이 마운드에 올라 묵묵히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해내고 있다. 올 시즌 등판한 세 경기에서도 각각 2이닝, 2⅓이닝, 1이닝을 막았다. 18명의 타자를 상대로 1피안타 1볼넷만 내주며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김대우는 "나는 팀의 일원이고, 한 명의 불펜 투수이기 때문에 어떤 보직에서든 팀이 이기는 것에 집중한다"며 "현재 밸런스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상황에 나가더라도 자신 있다. 지난 시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승부에서 이기는 법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또 "등판할 땐 이기고 있어도, 지고 있어도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 떨어진 상황이 많다. 그런 상황에 내가 루즈하게 던지면 팀 전체에 나쁜 영향 줄 수 있어 최대한 적은 투구수로 빨리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마음가짐을 전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김대우를 두고 "김대우가 어려운 시기에 불펜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혜택도 없는 보직인데도 마당쇠 같이 기꺼이 희생한다. 감독으로써 고마운 선수"라고 했다.

올 시즌 삼성 선발진은 강력하면서도 다소 불안하다. 라이블리는 기복을 보이고, 백정현의 체력과 이승민의 경험 부족도 걱정이다. 토종 좌완 에이스 최채흥은 이달 말 부상 복귀가 전망되지만, 지금뿐 아니라 시즌 중반, 후반 언제든 선발진의 부진이나 불펜 과부하가 닥칠 수 있다.

이 모든 불안 요소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김대우다. 삼성이 라팍에서 처음 가을 무대를 펼치려면 든든한 조연 김대우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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