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대인의 법의학적 얼굴복원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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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7   |  발행일 2021-05-07 제21면   |  수정 2021-05-07 07:47
1500년 된 해골에 피와 살을 붙인다…"당신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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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적 얼굴복원(Forensic Craniofacial Reconstruction)이란 이미 사망한 사람의 머리뼈를 이용하여 살아있었을 당시의 얼굴 모습을 예측하여 재구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즉, 과학적으로 연구된 눈·코·입 등 얼굴 형태소의 예측 결과를 토대로 평균적인 얼굴 피부 두께 측정치를 활용하고 예술적 기법을 동원하여 생존 당시의 얼굴 모습을 복원해 내는 것이다. 이는 신원미상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데, 특히 여러 법의학 방법을 동원하고도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고대 경북 경산사람들 얼굴복원 진행
가톨릭대 의대·국과수 등 연구 협력
머리뼈·근육·피부층 순서대로 제작


순장된 인골 등 DNA 분석결과 덧붙여
갈색눈·살구색 피부 동양인 외형 완성
뼈를 통해 혈액형·평소 지병까지 파악
당시 사람들 생김새·삶 시각화 가능


이러한 기술이 최근에는 고고학 분야에도 적용되어 고대인의 인골이나 미이라, 인류 조상들의 화석 등을 통해 사진이나 초상화 등이 남아있지 않은 역사적 인물의 얼굴복원에 활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07년 가야지역의 대표적 고분인 창녕 송현동고분군 제15호분에서 발굴된 순장자 중 16~17세 정도의 소녀를 복원한 사례가 있다. 2017년에는 나주 영동리고분에서 출토된 인골을 통해 1천500년 전 마한 사람의 얼굴이, 경주 교동 천원마을이나 왕경유적에서 출토된 인골을 활용하여 신라 사람의 얼굴이 복원되기도 하였다.

필자도 2019년부터 얼굴복원 전문가들과 함께 고대 경북 경산 사람들의 법의학적 얼굴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필자는 얼굴복원을 위한 인골 선정과 고고학적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인골의 잔존 상태와 연령과 성별, 주피장자인지 아니면 순장자인지를 고려하였다. 머리뼈 분석 및 복원은 가톨릭대 의과대학 가톨릭응용해부연구소·해부학교실(김이석 교수 등)에서 진행하였다.

얼굴복원을 위한 머리뼈 분석 및 평균 얼굴 물렁조직 두께 데이터 선정 및 적용, 얼굴근육 복원 및 예측 얼굴형태소 적용, 얼굴피부 입힘 및 완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신원확인실(이원준 법의관 외)에서 진행하였다. 이 단계에서 컴퓨터 그래픽 복원은 미술가(윤아영, CG 전문가)가 맡아 주었다.

얼굴복원은 머리뼈 분석 → 얼굴 근육층과 형태소 형성 → 피부층 완성 등과 같이 크게 세 단계로 제작이 된다.

머리뼈 분석은 주로 형태학 분석을 통해서 머리뼈의 인종이나 성, 나이 등을 추정한다. 또한 계측학적 분석을 통하여 눈동자, 코, 입, 귀 등의 주요 얼굴 형태소의 위치, 모양, 크기 등을 예측하게 된다. 머리뼈 분석을 마친 뒤에는 얼굴 주요 근육을 해부학적인 위치에 따라 복원하게 된다. 그다음으로 머리뼈 분석을 통해 얻은 눈, 코, 입, 귀 등의 주요 얼굴 형태소 예측치를 기반으로 형태소의 모양과 크기를 형성하여 위치시킨다.

근육과 형태소의 복원을 마치게 되면 얼굴은 어느 정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근육층과 형태소를 완성한 뒤에는 평균 얼굴피부 두께를 나타내는 게이지에 따라 피부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이미 위치에 있는 얼굴 근육과 형태소를 참고하여 복원가의 경험이나 예술적 기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2020년에는 좀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하여 중앙대 생명과학과(이광호 교수) 등과 인골번호 030번(임당6A호 순장자, 여성, 21~35세), 096번(조영EII-7호 주피장자, 남성, 21~40세) 등 2개체의 인골 DNA를 분석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얼굴복원을 진행하였는데 DNA 분석 결과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다.

먼저 2개체 모두 전체적인 외형적 특징을 고려할 때 갈색 눈과 흑갈색 머리카락, 살구색에서 연갈색 피부를 가진 전형적인 동양인의 외형을 갖고 있었다. 이 중에서 030번 인골은 머리카락의 굵기나 형태 또한 일반적인 동양인과 유사했으며 얼굴의 세부적인 특징으로는 턱이 다소 돌출되었으며 앞이마는 낮고 코의 좌우 폭은 높았을 것으로 보이며, 귓불은 부분적으로 부착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096번 인골은 머리카락의 굵기는 다소 굵은 편으로 직모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탈모 위험도는 낮은 것으로 분석되어 생전에 탈모가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두 인골의 ABO식 혈액형은 모두 AO형으로 판정되었으며, 젖당 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젖당을 포함한 우유 등의 유제품 섭취 시 배탈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 대사 속도에 있어서는 030번의 경우 알코올의 중간 대사 산물을 빠르게 분해하지 못해 술에 금방 취하고 숙취가 심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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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030번 인골의 경우 급성 심장사,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의 심혈관계 질환을 앓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096번 인골의 경우 역시 급성 심장사나 죽상동맥경화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에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고인골 즉 옛 사람뼈 연구는 역사 기록을 통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당시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 사회와 환경, 음식과 문화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법의학적 얼굴복원은 단지 그들의 얼굴을 재현하고자 함이 아니라 옛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 법의학, 해부학, 분자유전학, 미술학 등 여러 학문의 융합 성과를 시각화할 수 있는 유용한 연구 방법이 된다.

최근 법의학적 얼굴복원을 진행하면서 30여년 전 이 유적을 발굴했던 한 선배에게 그 당시 출토된 인골의 얼굴복원 결과라며 복원된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 선배의 반응이 재미있다. "어이, 김 박사! 내가 이분들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얼마 전 저기 경산 자인시장에서 만났던 분들 같아."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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