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1970년대, 나팔바지와 글램록…표현의 자유가 싹트다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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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8   |  발행일 2021-06-18 제37면   |  수정 2021-06-18 08:51
경기침체로 인한 사회적 혼란기
페미니즘·동성애 등 다양성 수용
디스코·펑크·포스트 모더니즘…
전혀다른 스타일이 한 시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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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패션에 영감받은 2000년대 패션. <출처 WGSN>
필자는 1970년대라 하면 미국의 유명 배우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 주연의 1977년도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영화는 당시 다소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단면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느끼는 주인공은 디스코텍에서 춤을 출 때 그런 문제점들을 잊고 행복감을 느낀다. 영화와 더불어 디스코는 보다 유행하게 되었고 삽입곡인 비지스(Bee Gees)의 '나이트 피버(Night fever)'와 존 트라볼타의 패션은 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반짝이는 파티볼 아래에서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 사이에서 화려한 반짝임과 색채, 그리고 아랫단이 펄럭이는 하이웨이스트(high-waisted) 벨보텀(bell bottom-소위 나팔바지라 불리는) 바지의 디스코 패션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스타일로 부각됐다.

이전과 같이 1970년대의 패션도 급변하고 다원화되어가는 사회문화적 특징을 속속 반영하는 패션이 등장하였고 이는 시대를 넘어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약 40~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시대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이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 그리고 영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197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스타일로 연출됐다. 먼저 1960년대에 탄생한 히피스타일은 197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의 종전과 맞물려 1970년대에 보다 본격적으로 발전되었고 일상 생활복으로 확장되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일이 됐다. 자연회귀적 특성으로 풍부한 색감과 다채로운 꽃무늬, 자연스러운 질감의 스웨이드, 주름진 긴 스커트로 이는 21세기 패션에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는 경제성장과 새로운 기술개발, 낙천적 분위기였으나 1970년대는 1973년과 1979년의 유가 급상승으로 국제 석유시장과 에너지 수급의 문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사회적 혼란이 가중돼 저성장, 경제불황, 실업과 빈곤, 이에 따른 불안심리가 확대됐다. 경기침체와 페미니즘 등의 영향으로 보다 실용적이면서 활동하기 편한 패션스타일의 여성복이 등장했고 여성의 바지 착용이 증가했다. 또한 서구를 중심으로 사회에 진출한 직장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erg)는 아침에 바쁜 여성들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듯 상하 코디네이션이나 복잡한 여밈방식을 신경 쓸 필요 없이 한 번에 감싸는 착장방식의 랩(wrap) 원피스로 아침에 시간을 절약해주는 스타일을 제안했다. 이는 간단히 착용할 수 있는 생활복·근무복의 용도와 함께 현대적인 색과 프린트로 퇴근 후 저녁 파티복으로도 착용할 수 있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패션(왼쪽)과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한 장면 <출처 : WGSN·나무위키>
1970년대 이전부터 일반적인 기능성, 현대성, 대중성에서 점차 다양성, 다원성, 다각성 등에 대해 경험하게 되고 사람들이 인정하고 수용하는 변화가 조금씩 일어났다. 1960년대의 여성해방운동(Feminism)은 1970년대에도 투표권 등 여성을 위한 동등한 권리와 기회, 개인적 자유 보장 등에 대한 운동으로 연결 및 확장됐고 이러한 페미니즘과 더불어 동성애 해방, 산업화에 따른 환경보호에 대한 자각 등 보다 다각화된 사회적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와 함께 패션스타일도 전혀 다른 특성의 스타일이 한 시대를 공유하게 됐다. 보다 확장된 지구촌의 다양한 문화는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어 유럽 등의 소수 민족과 아프리카 원주민 문화와 의상에서 화려하고 과감한 문양, 판초와 같은 아이템 등의 에스닉(Ethnic) 패션이 유행했다. 이와 다르게 디스코, 펑크, 재즈 음악 등 대중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디스코 패션과 함께 대중음악과 연결되는 1970년대 패션으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를 내세울 수 있는 글램 록(Glam Rock) 패션스타일이 나타났다. 이는 신체선을 강조한 밀착된 의상으로 금속성의 소재를 사용하여 화려한 광택감과 남성의 패션에서도 상하반신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남녀 성별의 차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로 나타났다.

1970년대의 사회적·경제적 혼란 속에서 영국에서는 급진적이고 과격한 모습의 하위문화인 펑크(Punk)가 탄생하였다. 이들은 사회계층과 인종차별에 대한 반항,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허무주의, 무질서 및 무정부주의 등을 패션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 절망, 분노 등과 자신들의 새로운 가치를 패션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표현 욕구가 맞물려 나타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미지와 모습을 나타내는 '옷', 즉 이전까지의 '옷다움'과 '옷을 통해 추구하는 일반적 이미지'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군데군데 찢어 구멍을 내고 징장식과 금속체인을 늘어뜨린 모습으로 물질만능주의와 인간성 말살에 대해 도전하고 고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펑크 패션은 과감하고 거친 이미지를 연출하며 요즘까지도 인기 있는 패션스타일로 로맨틱하거나 귀여운 스타일 등 전혀 다른 특징의 패션과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의 원천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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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1970년대는 다원주의와 반모더니즘 디자인적 성향이 강화돼 이전부터 지속되어온 포스트 모더니즘(Post Modernism)이 생활 디자인으로 보다 확대된 시대이다. 패션디자인이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스타일이 발생됐듯 가구와 자동차 등의 디자인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스타일로 발전됐다. 지금까지 재미와 독특함을 주고 있는 이탈리아의 급진적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맨디니(Alessandro Mendini)의 유쾌한 디자인은 이전과는 다른 색감과 장식으로 가구의 개념을 개편했다. 지금은 보다 보편화되고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관심을 끌고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은 가구에 이어 점차 패션으로 확대되어 기괴하고 과감한 1980년대 패션컬렉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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