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패션에 영감받은 2000년대 패션. <출처 WGSN> |
이전과 같이 1970년대의 패션도 급변하고 다원화되어가는 사회문화적 특징을 속속 반영하는 패션이 등장하였고 이는 시대를 넘어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약 40~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시대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이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 그리고 영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197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스타일로 연출됐다. 먼저 1960년대에 탄생한 히피스타일은 197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의 종전과 맞물려 1970년대에 보다 본격적으로 발전되었고 일상 생활복으로 확장되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일이 됐다. 자연회귀적 특성으로 풍부한 색감과 다채로운 꽃무늬, 자연스러운 질감의 스웨이드, 주름진 긴 스커트로 이는 21세기 패션에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는 경제성장과 새로운 기술개발, 낙천적 분위기였으나 1970년대는 1973년과 1979년의 유가 급상승으로 국제 석유시장과 에너지 수급의 문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사회적 혼란이 가중돼 저성장, 경제불황, 실업과 빈곤, 이에 따른 불안심리가 확대됐다. 경기침체와 페미니즘 등의 영향으로 보다 실용적이면서 활동하기 편한 패션스타일의 여성복이 등장했고 여성의 바지 착용이 증가했다. 또한 서구를 중심으로 사회에 진출한 직장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erg)는 아침에 바쁜 여성들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듯 상하 코디네이션이나 복잡한 여밈방식을 신경 쓸 필요 없이 한 번에 감싸는 착장방식의 랩(wrap) 원피스로 아침에 시간을 절약해주는 스타일을 제안했다. 이는 간단히 착용할 수 있는 생활복·근무복의 용도와 함께 현대적인 색과 프린트로 퇴근 후 저녁 파티복으로도 착용할 수 있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패션(왼쪽)과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한 장면 <출처 : WGSN·나무위키> |
1970년대의 사회적·경제적 혼란 속에서 영국에서는 급진적이고 과격한 모습의 하위문화인 펑크(Punk)가 탄생하였다. 이들은 사회계층과 인종차별에 대한 반항,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허무주의, 무질서 및 무정부주의 등을 패션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 절망, 분노 등과 자신들의 새로운 가치를 패션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표현 욕구가 맞물려 나타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미지와 모습을 나타내는 '옷', 즉 이전까지의 '옷다움'과 '옷을 통해 추구하는 일반적 이미지'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군데군데 찢어 구멍을 내고 징장식과 금속체인을 늘어뜨린 모습으로 물질만능주의와 인간성 말살에 대해 도전하고 고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펑크 패션은 과감하고 거친 이미지를 연출하며 요즘까지도 인기 있는 패션스타일로 로맨틱하거나 귀여운 스타일 등 전혀 다른 특징의 패션과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의 원천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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