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수창청춘맨숀(3), 옥상·창고·테라스 어디든 전시공연장…"안팔불태" 기발한 특별展 대박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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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4   |  발행일 2021-06-04 제35면   |  수정 2021-06-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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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민지作 '새로운 HISTORY'.
이 맨숀이 출발할 당시는 그냥 건물로만 존재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운영 프로그램이 없었다. 4명의 직원과 김 관장이 '빈 도화지'를 구동시킬 별별 소프트웨어를 직접 찾아내야만 했다. 황량한 광장에 수목도 심고, 무채색 벽체에 티베트 만다라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테라스용 그림도 지역 화가를 통해 그리게 했다. 수창맨숀을 상징하는 CI를 제작하고 각종 사인물까지 제작했다.

'대구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선 대구를 제대로 벗어나야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대구 밖, 전국권, 나아가선 유럽을 하나로 아우르는 ENCC(European Network of Cultural Center·유럽문화네트워크센터)와 교류도 했다.

■'ㄷ'자 예술블랙박스
문화공간 탈바꿈한 3개의 동
전시장과 공연장, 객석과 무대…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운영
배전박스 안에 집, 스위치 액자
해묵은 흔적을 예술품으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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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안단테' 전에서는 자칫 버리고 지워버렸을 것 같은 옛날 흔적에 예술적 입김을 불어넣어 주었다. 장세록作 '행복이 가득한 집'.
◆어떤 전시공연이 지나갔나

'예술블랙박스' 같은 이 공간은 3개의 동이 'ㄷ'자 형태로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운영된다. 전시장이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테라스나 파사드 자체가 무대가 되기도 한다. 어떤 때는 1층이 무대가 되고 지하에 관객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지하가 무대였음을 알게 되는 반전이 있는 공연도 가능하다. 하늘을 마주한 스카이 공간이 객석이 되어 무대를 내려다보기도 한다. 주거공간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돼서 얻게 된 장점이다.

'복도안단테' 전시는 특히 훈훈하고 따뜻했다. 해묵은 흔적을 예술품으로 변주했다. 텅 빈 배전반 박스 안에 인형 혹은 큐빅 같은 종이집을 올망졸망 넣어주거나, 빈 스위치 박스를 액자로 살짝 감싸주는 방식들이다. '포스트 공동체 1분의 ing 전'(2019년)도 인상적이었다. 김민정 작가는 맨숀 창밖에 공사나 철거할 때 사용하는 방진막을 설치하고 전시장 안에는 재개발 지역에서 가져 온 버려진 가구와 그릇 등을 설치했다. 맨숀 취지가 미래와 과거, 첨단과 복고의 동행이기 때문에 그런 기획이 가능했다. 'Editable'전은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에디톨로지, 즉 '편집학'에 관련된 기획전시다.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20명의 작가가 첨삭되는 이미지·매체·기억과 기록·장소와 공간·텍스트와 정보의 실상을 보여주었다.

'수창청춘극장'은 정식 무대공연의 틀에서 벗어나도록 기획한 청년예술가 지원프로그램. 전시공간, 야외, 옥상, 지하창고, 테라스 등 원하는 그 어느 곳이든 무대가 된다. 매년 3·6·9·12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디자인용품
수창청춘맨숀은 청년예술가의 수익창출을 위해 팬시용품도 제작한다.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워크숍 작가들이 제작한 '컬러풀대구'를 주제로 한 디자인 용품.
코로나19로 활동이 위축된 예술가를 지원하는 '수창아트페어'(지난해 7월) 특별전 때는 '안팔불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안 팔리면 불태워 버릴 그림인데 118점 중 7점이 소각된다.

수창 레지던시(Residency·작가들에게 거주공간, 작업실, 창작활동 지원프로그램 운영, 개별 예술가 및 문화 예술계와의 교류 기회 제공이라는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는 다른 것과 차이가 있다. 숙소 공간을 제외하고 각 작가의 작업실 사이에는 문이 없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수창피크닉이나 시민문화예술교육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민문화예술교육'은 청년예술가와 함께 소통하는 예술체험이다. '수창피크닉'은 시민과 공감을 하는데 6~8월 문화가 있는 넷째 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A동 1층에 있는 무인북카페로 운영 중인 '맨숀쌀롱'에선 책을 보면서 1천 원짜리 커피도 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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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창청춘맨숀 1층에 있는 무인북카페 '맨숀쌀롱' 내부 전경. 커피 한 잔에 1천원이다.

■시민참여프로그램 다양
시민문화예술교육·공유오피스
1층 무인 북카페엔 1천원 커피
거울·우산 등 아트상품 판매도

새로운 청년문화공동체는 B동 3층에 공유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청년예술가와 청년이라면 이용이 가능한 '공유 오피스' 공간은 'Suchang Office of Yours'라는 의미를 담아 'SOUR'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고 사진, 철학, 평론, 디자인, 독서 등을 연구하면서 예술을 하는 5개 팀이 입주했다. 또 독서를 매개로 한 청년 커뮤니티 '북북긁다'의 활동도 작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예술가의 홀쭉한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배지, 컵, 손거울, 스티커, 우산, 노트 등 컬러풀 대구 이미지에 맞는 팬시 상품도 디자인했다. 그런 감각 때문에 '아파트'란 단어 속에서 '팝아트' 뉘앙스가 느껴지는 '아팝트(AH! POPPED)'란 네이밍도 가능해졌다.

취재를 끝내고 햇살 따글거리는 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수창맨숀이 기자에게 '난 뭐니'라고 질문하는 것 같았다. '넌 알라딘 마술램프 혹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3세기형 예술을 파종하는 피터팬박서…'. 난 그 정도로 독백했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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