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해수바닥서 비브리오균 떠올라…배앓이 안하려면 날로 먹지 마세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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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9 07:42  |  수정 2021-06-29 07:45  |  발행일 2021-06-29 제16면
■ 여름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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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60대 A씨가 비브리오패혈증으로 확진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환자는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증 환자다. 지병이 있었던 이 환자는 지난 7일 간장게장을 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9일부터 발열, 전신 허약감, 피부병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비브리오패혈증은 주로 어패류와 같은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을 때 또는 상처 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하면서 감염되는 것으로, 바닷물의 온도가 18℃ 이상 올라가는 5∼6월부터 시작해 여름철인 8∼9월에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작년에만 70명이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렸고 이 중 25명이 숨졌을 정도인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비브리오 패혈증이란

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은 세균의 종류에 따라 크게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나눌 수 있다.

장염 비브리오 식중독은 비브리오 파라헤모리티쿠스(V. parahemolyticus)에 의한 감염증으로, 일본 등지에서는 하절기 식중독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고 국내에서도 어패류 등 해산물을 날로 먹는 식생활 습관이 많아지면서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 균은 해수에서 살고 있고 겨울에는 해수바닥에 있다가 여름이 되면 위로 떠올라 어패류를 오염시키며 오염된 어패류나 가자미, 문어, 오징어 등의 생선류를 날로 혹은 덜 익은 상태에서 섭취한 사람이 감염된다. 잠복기는 12~24시간으로 복부경련과 물 같은 설사를 하고 가끔은 구역, 구토, 두통 및 열을 동반한다. 대개 1~7일 경과 후 자연 치유되는 만큼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다. 하지만 심한 경우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어패류의 생식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고 가급적 5℃ 이하 저온 저장, 85℃ 이상으로 가열처리하거나 흐르는 수돗물에 세척 후 섭취해야 한다. 또 어패류를 요리한 도마와 칼 등 조리기구는 소독과정을 거쳐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비브리오 패혈증이다. 이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 vulnificus)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주로 해안지역에서 6~9월에 정점을 이룬다. 주로 병이 발생하는 나이대는 40~50대다. 만성 질환 특히 간 질환이 있거나 알코올 중독, 당뇨병, 혈색소 침착 및 AIDS를 앓고 있는 경우 어패류를 날것 상태로 섭취하거나 균에 오염된 해수에 피부상처가 노출돼 해당 균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다. 평균 1~2일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상처감염증, 원발성 패혈증을 유발한다. 오한, 발열 등의 전신증상과 설사, 복통, 구토, 하지통증이 동반되면서 다양한 피부병변이 발생한다. 사망률은 40~50%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런 만큼 조기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어패류를 익혀 먹고 특히 간질환자, 알코올중독자, 당뇨병, 만성신부전증 등 만성 질환 보유자의 경우는 6~10월에 어패류를 날것으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해안지역에서의 낚시, 갯벌에서의 어패류 손질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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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해산물 안 익혀 먹으면 발생
오염된 해수에 상처 노출돼도 감염
패혈증, 식중독과 달리 사망률 높아
잘 익힌 음식 먹고 조리도구 소독 필수
해안·갯벌서 어패류 손질도 피해야


◆여름철엔 다른 식중독도 주의해야

여름철에는 비브리오 패혈증 외에도 여러 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식중독의 가장 흔한 증상은 설사, 구토 및 복통이다. 설사는 지속기간을 기준으로 2주 이내 호전되는 급성설사가 대부분인데 4주 이상 지속되면 바로 병원을 방문, 원인과 치료에 대해 상담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은 발열을 동반치 않지만 발열과 혈변, 심한 복통이 동반된다면 염증성 장염으로 판단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장 출혈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이다. 장 출혈성 대장균은 장관 상피세포에 벽돌처럼 쌓여 대량의 균이 독소를 생산하는 특성이 있다. 충분히 익히지 않은 육류나 샐러드 등 날것으로 먹는 채소 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 소독되지 않은 우유 등을 매개로 전파되는데 사람과 사람 간의 직접 전파도 가능하다. 잠복기는 3~8일 이후, 발열을 동반하지 않는 급성 혈성 설사와 경련성 복통을 호소한다. 대개 5~10일이면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되지만 설사가 심한 경우 수분 손실을 보충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 만큼 식품은 가능하면 74℃ 이상에서 최소 1분 이상 가열해 먹고 채소도 가능하면 익혀 먹는 게 좋다. 날것으로 먹을 땐 흐르는 물로 3번 이상 씻어 소독한 뒤 먹어야 한다.

포도상 구균에 의한 식중독도 빼놓을 수 없다. 음식물을 취급하는 사람의 손이나 코점막, 화농성 병소 등에 있던 세균이 비위생적인 과정으로 음식물에 오염된 후 음식물이 방치되면 균이 번식, 장 독소를 생산하게 되고 이러한 독소를 음식을 통해 섭취해 생기게 된다. 대체로 섭취 후 2~3시간 이내 구역질,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 식품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수분이 많은 크림, 샐러드, 육류(햄 등의 돼지고기 제품) 등이 주로 꼽힌다. 다행히 대부분 1~2일 이내 치유되고 치사율도 낮다. 이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위생이 중요하다. 손에 화농이 있는 사람은 조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이미 만들어진 독소는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 만큼 조리한 후 장시간 둔 것은 다시 데웠다고 해도 독소는 없어지지 않는다.

영남대병원 장병익 교수(소화기내과)는 "비브리오패혈증의 경우 10명 중 4~5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만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특히 간 질환이 있거나 알코올 중독, 당뇨병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것뿐 아니라 오염된 해수에 피부상처가 노출되어 해당 균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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