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때 급성장은 문제…성조숙증 의심시 빨리 검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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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3 07:42  |  수정 2021-08-03 07:45  |  발행일 2021-08-03 제16면
2차성징 이르면 성장판도 일찍 닫혀
당장은 커 보여도 최종신장 작을수도
일찍 발견하고 1년이상 치료해야 효과
건강보험도 적정시기 놓치면 미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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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작은 키와 이른 사춘기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키가 너무 작은데 사춘기마저 빨리 온 탓에 더 이상 키가 크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나서 2년까지 1차 급성장이 일어나고 이후에는 한 해 5~6㎝씩 꾸준히 자란다.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다시 한번 급성장을 하게 된다.

문제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사춘기가 일찍 시작하고 그 기간도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아이의 키 성장은 정상일까

또래보다 키가 작은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은 △성장클리닉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인지 △언제부터 얼마 동안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다. 전문의들은 저 신장이라고 생각되면 망설이지 말고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만약 자녀의 키가 또래 아이 100명을 키 순서대로 세웠을 경우 세 번째 정도 안쪽에 속할 정도로 작을 때, 1년에 4㎝ 미만으로 자랄 때, 같은 성별 같은 나이 또래 평균보다 10㎝ 정도 작고 부모도 키가 작은 경우에는 성장 클리닉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단순히 성장이 느린 것이 아니라 질병이 의심될 경우 이에 맞는 검사도 진행해볼 필요가 있다.

성장클리닉에서는 아이들의 성장 상태를 보고 필요하면 성장판 사진을 찍어 골 연령(뼈 나이)을 판독한다.

뼈의 성장이 나이에 맞게 가는지 앞서가는지 아니면 늦은지를 판정하고 이를 통해 아이가 성년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 클 것인지 예측한다.

그다음 영양이나 균형 잡힌 식사 상담을 해주고 식욕이 저하된 아이들에게는 식욕을 돋우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영양뿐 아니라 수면 습관, 외부 환경요인, 스트레스도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올바른 관리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골 연령과 특수혈액검사 등을 통해 성장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고 판단되면 성장 호르몬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골 연령은 왼손의 손목과 손의 뼈를 엑스레이 촬영해 측정하고, 성별·영양 상태와 질병에 따라 차이가 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일찍 할수록 효과

성장 호르몬 치료는 일찍 시작하고 오래 지속해서 투여할수록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 호르몬은 최소 6개월 이상, 평균적으로는 1년 이상 장기간 투여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장 호르몬 주사는 몸무게에 비례해 주사를 맞게 되고 1주일에 5~7회 정도 집에서 맞는 구조다. 주사 방법을 배워 부모가 잠자기 전에 아이에게 놔주는 구조다. 최근에는 바늘이 보이지 않는 주사제 등도 나와 경험이 없는 부모들도 쉽게 주사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부족 시에 성장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투여 첫 1년에는 10~12㎝ 이상 효과를 볼 수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만성 신부전, 프래더 윌리 증후군, 누난 증후군, 부당 경량아 등 보험 적응증이 되는 질환일 경우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왜소증으로 의심될 경우 의료진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그런 만큼 자녀의 키 성장이 걱정된다면 최대한 빨리 성장과 성조숙증 클리닉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때를 놓치지 말고 검사해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건강보험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성조숙증에서 실손 보험도 이 기준인 경우가 많아 절대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좋다. 늦게 찾아오면 치료 시기를 놓쳐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본인 부담인 경우도 많아 2~3년 정도 치료하면 가계에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구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을 지낸 정명희 원장(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은 "모 대기업의 경영 슬로건인 '먼저, 빨리, 제때, 자주'처럼 아이의 키 성장과 성조숙증 치료도 마찬가지"라면서 "의심되면 망설이지 말고 빨리 검사하고, 진단되면 치료를 적절하게 시작해야 하고,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꾸준히 지속해야 아이가 최적의 상태로 자라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조숙증 예방 방법은

키 성장에 있어 성조숙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클 수 있는 키만큼 크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4~5학년에 사춘기가 시작돼 6학년 말쯤 초경, 중2 때 사춘기가 완성되는 경우도 많을 정도다.

성조숙증 아동은 증가한 성호르몬 분비로 인해 또래 아이들보다 이른 시기에 몸무게가 늘어나고 키가 자라게 된다. 골 성숙도 빠르게 진행되어 성장판도 일찍 닫히게 된다.

우선은 또래보다 큰 듯하지만 결국 어른이 되었을 때 최종 성인 신장이 유전적인 예측치보다 작을 가능성이 크게 되는 것.

아이 키가 아직 작은 상태에서 사춘기가 진행된다면 신체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키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조숙증 예방을 위해서는 가족력을 살펴보는 게 최우선이다. 가족 구성원 중 사춘기가 빨랐던 경우, 어머니가 초경을 일찍 했거나 아버지가 초등학생 때 다 자라서 지금의 키가 된 경우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양질의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규칙적인 신체 활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잘 자는 것도 키 성장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밤늦게 TV를 시청하거나 스마트폰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방해가 된다. 성장호르몬은 깊이 잠든 시간에 분비되는 만큼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 원장은 "아이 키 성장을 좋게 하고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아이 기분과 신체 변화를 잘 살펴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하고, 성장하는 동안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성장 발육을 체크하고 전문가를 찾아 적절히 상담해보는 것이 작은 키와 성조숙증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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