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의성 비봉산(671m)...바람결 따라 오른 푸른 능선 아래 두 개의 산이 품은 사찰 한눈에…

  • 최원식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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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7   |  발행일 2021-09-17 제36면   |  수정 2021-09-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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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과 비봉산 사이 요새같이 자리 잡은 수정사.

이게 얼마 만의 맑음인지 산행을 계획한 날에 모처럼 맑음 예보다. 며칠 전만 해도 늦장마에 폭우가 내렸는데 여름도 아닌 가을도 아닌, 계절의 이름조차 흐릿한 9월에 들어서자 거짓말같이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초가을 기온을 보인다. 여름 내내 햇살에 드러내 놓았던 피부를 덮어줄 긴팔 옷을 주섬주섬 챙겨 넣고 가을 마중에 나선다.

아침 안개가 채 걷히기도 전에 산어귀 산운마을로 들어선다. 평소 같으면 멀리서도 보여야 할 산은 들머리가 가까워져도 형상을 감추고 있다. 능선에 올라서서 발 아래 깔린 운해를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도 잠시. 10여 분 뒤 금성산 입구 주차장에 이르자 삽시간에 피어오른 안개는 공중으로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산행계획은 금성산을 올랐다가 능선을 따라 비봉산을 거쳐 이곳 주차장까지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코스다. 주차장에서 금성산으로 오르는 들머리에 '입산금지 송이버섯 채취구역' 현수막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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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산 오르는 길 전역에 송이버섯 채취구역 현수막과 줄로 막아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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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산 정상부에서 건너다보이는 금성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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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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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리 오층석탑. 오른쪽으로 금성산과 비봉산이 나란히 보인다.

몇 번 올랐던 기억으로 금성산 정상에서 비봉산 방향 능선에 빼곡히 소나무 군락지였는데 가을 송이버섯이 나는 시기에 막아둔 것이다. 산행이 목적이지만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처럼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있겠나 싶어 계획을 수정한다. '수정사 1.9㎞'로 적은 도로를 따라 수정사까지 직진한다. 수정사 왼쪽 계곡을 따라 올라 비봉산을 올랐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를 잡는다.

한때 의성 의병 본거지로 쓰였던 수정사는 올해 초 대광전에 모셔진 석조아미타삼존여래좌상이 경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본존인 아미타불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모셔져 있다. 경내를 둘러보고 대광전에서 나와 월영루 앞 계곡 사이를 오르면 텃밭을 지나면서 선명한 등산로가 나 있다.

최근 잡초를 제거해 관리가 잘 되는 등산로다 생각하고 잠시 오르니 계곡 오른쪽으로 '송이버섯 채취구역' 현수막과 등산 안내 표식 같은 노란 리본이 촘촘히 붙었다. 그렇다고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다. 등산화 끈만 고쳐 매지 않으면 된다.

계곡을 따라 선명한 등산로를 오르는데 최근 폭우에 쓸려나가 바닥이 패인 곳도 있지만 완만한 경사여서 힘들지는 않다. 15분쯤 오르니 등산로 오른편에 예전에 숯을 구웠던 숯가마를 만난다. 둘레를 돌로 석축을 쌓아올린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숯가마 터를 지나면서 계곡 왼쪽사면을 오르는데 등산로 좌우로 하얀 끈을 묶어 길 옆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두었다. 따라서 막아둔 끈만 따라가면 등산로다. 10분 정도 오롯한 길을 오르니 금성산 갈림길 이정표가 세워진 갈림길 삼거리다. 벤치가 놓여 있고 그 주변에도 줄을 둘러두어 등산로를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 두었고, '적외선 카메라 작동 중' 현수막 문구도 살짝 바뀌었다. 왼쪽은 금성산 방향인데 20분 거리에 '영니산 봉수대'가 있다. 이 일대가 삼한시대 부족국가였던 조문국의 중심으로 외침을 대비한 봉수대로 쓰였던 석축의 흔적이 남아 있다.


들머리 입산금지 송이버섯 채취구역
수정사 1.9㎞ 이정표 도로따라 직진
올 초 모신 석조아미타삼존여래좌상

월영루 앞, 계곡 사이 오르면 등산로
석축 쌓은 원형이 남아있는 숯가마터
오르막길 좌우 철쭉나무·소나무 군락
침 없는 꽃등에 무리가 윙윙 날갯짓

여인 머리카락 풀어놓은 듯한 능선
10분 정도 오르니 비봉산 정상 표석
절벽이룬 바위, 여인턱·남근석 불려



등산로는 '비봉산 0.8㎞'로 적은 이정표 방향의 오른쪽 길이다. 완만하지만 꾸준한 오르막길 좌우로 철쭉나무와 소나무가 군락으로 자란다. 겨우 나뭇잎을 살랑살랑 흔들 정도로 여린 바람이 분다. 분명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그 가을바람이다. 15분쯤 올라 현 위치 번호 비봉산 09로 적은 푯말 앞 공터에서 쉬어간다. 배를 하나 깎아 나눈다. 이번 산행에 동행한 이들은 산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지 30년이 넘은 선배님인데 서로 챙김이 여전히 살갑다. 잠시 쉬는 동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들과 함께 부자지간이 지난다. 배 한 조각 드시라고 잡아 세워 어디서 오는 길이냐며 물으니 봉수대 쪽으로 갔는데 송이 움막이 있어 방향을 비봉산으로 돌렸단다. 배 한 조각씩 먹고 인사를 꾸벅하며 돌아서는 한 아이 왈. "우와! 배 맛 진짜 시원하네."

멀리서 보면 여인의 머리카락을 풀어놓은 형상의 능선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니 비봉산 정상이다. 정상 표석이 세워져있고, 소나무 숲에 '의성 12'로 적은 삼각점이 놓여 있다. 앞은 넓은 헬기장인데 잡목이 가려 조망이 시원치 않다. 몇 해 전에 올랐을 때에는 간벌작업을 해서인지 탁 트였는데 그사이 무성하게 자라 사방을 가리고 있다. 겨우 숲을 헤치고 나와 주변을 눈에 담는다. 왼쪽부터 선암산·조림산·팔공산이 지척으로 보이고, 오른쪽으로 금오산도 눈에 들어온다. 벌같이 생겼지만 침이 없는 꽃등에 무리가 윙윙거리며 날고, 여름내 울어대며 목이 다 쉬었는지 찌르륵 찌르륵 매미가 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올랐던 정면으로 내려선다. 안부에 한 번 내려섰다가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지금까지와 다르게 바윗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절벽을 이룬 바위는 여인의 턱으로 불리고, 그 아래에 남근석이 있다. '추락 위험' 경고판 앞에서 바위를 돌아내려가는 우회 길을 따라 내려선다. '수정사 갈림길 0.5㎞' 이정표 따라 굽이를 돌아 내려서서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정표 부근에서 왼쪽 바위 전망대로 나가야 남근석을 볼 수 있는데 그냥 지나쳤다. 되돌아 올라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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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15분쯤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다 안부에 갈림길을 만난다. 정면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 금성산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고, 수정사는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된다. 안부에서 내려서니 계곡길이 이어지는데 능선에서와는 달리 살랑대는 바람 한 점 없다. 습한 데다 날벌레가 성가시게 얼굴에 달라붙는다. 5분쯤 내려서니 왼쪽에 겨우 물기만 유지한 작은 폭포를 지나면서 로마병사 투구를 닮은 투구꽃이 길섶에 막 피었다. 어두컴컴한 계곡을 20분쯤 내려서니 수정사 요사채 뒤로 내려서게 된다. 주차장에 내려서는 길에 약수터에서 물 한 바가지 마시고 비로소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풀었다. 등산로만 정확히 안내하는 하얀 끈을 따라 산행을 다 마치고 나니 아직 해가 중천에 걸려 있다.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 수정사 주차장 -(15분)- 숯가마 터 -(10분)- 금성산 갈림길 -(15분)- 벤치 쉼터 -(10분)- 비봉산 정상 -(30분)- 수정사 갈림길 -(25분)- 수정사 주차장

비봉산은 금성비봉산으로 불릴 만큼 금성산과 말굽 형태로 서로 붙은 산으로, 금성산에서 비봉산까지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코스를 잡아도 되고, 풍경이 빼어난 비봉산만 돌아 내려오는 코스를 잡으면 가족단위 산행으로 잡아도 무리가 없다.

금성산~비봉산을 연결하면 약 11㎞로 5시간 정도 잡아야 하고 비봉산만 산행한다면 약 4㎞ 거리로 3시간이면 넉넉하다.

☞교통: 중앙고속도로 군위IC에서 안동·군위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군위읍에서 지보사·탑리 방향의 927번 지방도를 따라 약 8㎞ 진행하면 금성면 소재지다. 금성면 소재지에서 빙계계곡·춘산 이정표를 따라 68번 지방도로 약 1.5㎞ 거리에 왼쪽으로 수정사 입구 이정표가 있다. 좌회전으로 진입하면 산운리 전통마을을 지나 약 2㎞ 거리에 금성산 아래 주차장이 나온다. 금성산을 오르려면 이곳에 주차하면 되고, 비봉산만 산행한다면 1.9㎞ 를 더 가면 수정사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주소: 경북 의성군 금성면 수정사길 420(수정사)

☞볼거리 : 탑리 오층석탑=의성군 금성면 탑리에 통일신라시대에 세운 국보 77호 5층 석탑이 있다. 금성면소재지의 옛 이름이 탑리인 것은 바로 이 석탑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다.

높이 9.6m, 기단 폭 4.5m로 부분적으로 전탑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분황사의 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탑이다. 특징은 기단구조와 옥개석 상하면에 전탑의 양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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