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자 가족의 추석 "명절 들뜬 분위기가 서글퍼"

  • 노진실
  • |
  • 입력 2021-09-19 14:42  |  수정 2021-09-23 08:50  |  발행일 2021-09-19
- 한달 여전 청도서 화이자 백신 접종 후 9일만 사망 50대 남성의 가족
- 아직 인과관계 미확인... 유가족 "이상반응 대처 시스템 여전히 부실"
fffffffffffffffffffffffffffffff
지난달 7일 대구 한 대학병원 인근에서 만난 A씨의 가족이 취재진에게 A씨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내역 확인서를 보여주고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가족 모두가 슬픔에 빠진 추석입니다.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나서, 때때로 꿈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여 전인 지난 달 11일 새벽, 대구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A(59)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숨지기 9일 전인 8월2일 청도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접종 다음 날부터 마비증상 등을 보이던 A씨는 보건당국 매뉴얼에 따라 직접 119에 신고를 하고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후 뇌출혈 증세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A씨의 가족은 이상반응 신고를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도 올렸다. A씨 사망과 백신 접종 간 인과관계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가족들은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한 달 간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가족·친지들이 안부를 주고 받고 정을 나누는 추석 연휴, 대구에 사는 A씨 가족은 명절의 들뜬 분위기가 부담스럽고 서글프게 느껴진다고 했다.

19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 딸은 "그간 가족 모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 조금씩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지만, 문득 밀려오는 슬픔과 허망함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라며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서 아직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백신 이상반응 신고자 가족을 향한 일부 '차가운' 시선에 상처는 없었을까.

A씨 가족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쉽게 정의 내리는 분들을 접했을 때 상처를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오래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냥 '본인 가족 일이 아니니 어쩌겠나'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보건당국의 '백신 이상반응 대처 방식'에 대해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A씨 가족은 "보건당국에선 기저질환자도 백신 접종을 하라고 강조해놓고, 백신 이상반응 신고 관련 브리핑에선 '사망자에게 어떤 기저질환이 있었다'고 내세운다. 그러면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가진 성인은 처음부터 어떻게 해야 했나. 너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가족이 백신을 맞고 며칠 만에 세상을 뜨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겠나. '왜'라고 물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문제 제기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고 토로했다.

"대도시가 아닌 농촌이나 중소도시에 사는 이들도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응급대처가 잘 이뤄지도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A씨 가족이 한 달 여 전 첫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그 이후 대처 시스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유가족은 의문이라고 했다.

A씨 가족은 "그동안 정부가 너무 백신 접종률 높이기에만 신경 쓴 것 같다. 큰 병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충분히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대응책이 없는 것은 백신 접종 초기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백신 접종률이라는 목표치를 향해 달리면서, 넘어지고 쓰러지는 국민들은 뒤돌아보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고 슬프다"고 했다.

한편, 지난 18일 현재까지 신고 후 환자상태가 사망으로 변경된 275건을 포함한 전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누계는 922건이다. 그중 인과성 인정을 받은 사례는 모두 2건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진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