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메타버스' 시대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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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30   |  발행일 2021-09-30 제15면   |  수정 2021-09-30 07:36
코로나 여파 '온라인' 눈돌려
미래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
아바타 형태 팬사인회 등 기획
인간 아닌 버추얼 배우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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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미래 비즈니스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연결수단으로 활용된 메타버스가 코로나로 인해 불가능해진 오프라인 이벤트 대신 온라인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사회적 연결의 수단과 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중문화계 역시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비대면시대 맞춤형 콘텐츠

메타버스는 초월(meta)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VR)과 현실(AR)이 융합된 또 하나의 세계를 뜻한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이 발표한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됐지만, 메타버스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건 2020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하며 버추얼 프로덕션의 효시 격인 영화 '아바타'를 비롯해 '그래비티'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을 제작해왔다.

이제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을 현실처럼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콘텐츠 향유 수단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소속감을 길러주는 플랫폼으로까지 기능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영화와 드라마는 메타버스와 비슷한 속성을 지녔다. 실제 가능할 만한 사실을 사실적이며 있는 그대로 반영하되 허구가 가미된 세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다.

국내에선 메타버스를 꾸준히 이용할 MZ세대를 겨냥한 세대 맞춤형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착안해 현실과 게임의 세계를 넘나드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을 선보인 건 그 일환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앞으로 드라마에 적극 수용해야 할 트렌드 또는 미래"라며 "증강현실·라이프로깅(개인의 일상을 인터넷 또는 스마트 기기에 기록하는 것)·거울·가상의 영역으로 구성되는 메타버스 세계의 소재가 드라마 스토리에 스며드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중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K-pop은 국내외 팬덤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대면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자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팬과 팬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를 기획하며 새로운 콘텐츠 생산과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아바타 형태로 팬사인회를 열었고, 방탄소년단도 비슷한 시기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SM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멤버가 디지털 세계를 통해 성장하는 콘셉트로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를 선보이기도 했다.

◆버추얼 프로덕션 주목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2019년 50조원에서 2025년 540조원, 2030년 1천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과 예산의 효율성과 표현 방식의 자율성까지 갖춘 버추얼 프로덕션이 차세대 메타버스 제작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영화·드라마·광고·XR(확장현실) 공연 등 다양한 가상 환경의 실감형 콘텐츠 기획·제작과 실시간 VFX(시각효과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이다. LED 월(Wall)을 활용한 게임엔진 환경 구현으로 실시간으로 촬영 현장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으며,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에서 곧바로 수정이 가능해 제작 단계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비주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버추얼 프로덕션 플랫폼 기업으로 올 1월 설립됐다. 지난 6월 경기도 하남에 아시아 최대 버추얼 스튜디오를 마련했고, 자회사인 VFX 전문기업 모팩을 중심으로 영화·드라마 제작, 콘텐츠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 계열사의 역량을 모아 분야별 인기 원천 IP를 내재화해 콘텐츠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버추얼 프로덕션 전문 스튜디오 비브스튜디오스는 방탄소년단의 2020 MAMA 무대와 VR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지난 4월 자체 개발된 통합제어솔루션 'VIT'를 공개하는 등 실감형 콘텐츠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CJ ENM은 사내 콘텐츠 R&D센터를 주축으로 대형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연내 완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보유한 에픽게임즈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영화 '승리호'의 메인 VFX를 담당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덱스터스튜디오 역시 43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연내 완공할 계획이다.

기술과 상상력을 융합하고 있는 국내 VFX 스튜디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개발은 이처럼 아주 활발하다. 덕분에 많은 제작사들은 제작비나 후반 작업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그동안 영상화가 힘들었던 소재의 작품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동시에 인간이 아닌 버추얼 배우의 등장도 예고된다. 배우 송강호나 이병헌 등이 디지털 에셋으로 거의 현실에 가깝게 재현되어 직접 출연하지 않고도 활동하는 형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만큼 메타버스가 콘텐츠 분야에 가져올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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