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우리가 몰랐던 CEO 이순신, 이순신학과

  •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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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8   |  발행일 2021-11-08 제26면   |  수정 2021-11-08 07:31
우국충정의 대명사 이순신
좋은 리더의 덕목 갖추기도
대가대 '이순신학과' 개설해
현대적 관점서 충무공 탐구
조직 이끌 전문가 양성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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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우리가 아는 이순신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로 왜군을 물리친 명장이며, '한산도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나라를 걱정하며 '난중일기'를 쓴 우국충정의 장수다. 그러나 이순신은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어록을 남긴 명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리더의 덕목을 지닌 CEO였다.

이순신은 스와트(SWAT) 기법을 활용한 CEO였다. 그는 강점과 약점 그리고 기회와 위협에 대한 분석에 의거해 전쟁을 준비하고 전략을 도출한 장수였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591년, 전라좌도수군절도사가 된 그는 왜침이 있을 것에 대비해 전선(戰船)을 만들고 군비를 확충하였다. 군량의 확보를 위해 둔전(屯田)을 설치할 계획도 세웠다. 왜군의 조총사거리가 함포에 못 미친다는 것과 판옥선에 함포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장점도 활용하였다.

이순신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CEO이기도 하다. 그가 23전23승의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거북선과 뛰어난 전술 능력 덕분이겠지만 과메기와 소금을 팔아 군량미를 확보하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난중일기'에는 '청어 일만삼천이백마흔 두름을 곡식과 바꾸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순신은 청어를 잡아서 말려 과메기로 만들어 군사들의 기력도 보충하고, 이를 팔아 군량미도 조달하였다. 소금 굽는 가마솥을 만들어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팔아 곡식 수만 섬을 비축하기도 했다.

이순신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보여준 CEO이기도 했다. 그는 거북선 실내에 수군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만들었으며, 삼도수군통제사 통제영에 '운주당'이라는 건물을 지어 장수뿐만 아니라 군졸이라도 언제든지 와서 말할 수 있게 하였다. 그는 급박한 전투 중에도 침몰하는 적선을 수색하여 우선 조선인 포로들을 구출하도록 했다. 이순신 전도사인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이순신이 '한 뼘의 땅도 적에게 내줄 수 없고 백성 그 누구도 상처를 입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나라와 국민을 지켰다고 말한다.

영국 해군 제독이자 역사학자였던 G.A 밸러드는 넬슨과 동등한 제독이 아시아에서 나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힘들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러일전쟁 때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전법으로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궤멸시켰다. 한산도 해전은 세계 20대 해전 중 하나이며, 이순신은 전쟁 영웅 100대 위인에 들어가는 '글로벌 셀레브리티'다.

대구가톨릭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석·박사과정의 '이순신학과'를 개설하였다. 사학, 정치외교학, 지리교육, 행정학 등 여러 학과와 협동과정 개설을 통해 운영되는 '이순신학과'는 11월1일부터 입학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2년, 석·박사 통합과정 4년으로 운영된다. 전공과목에 관련 없이 학사학위만 있으면 입학이 가능하고, 석사학위 소지자는 누구든지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이순신은 미래를 예측하고 위기를 준비한 스마트한 CEO였으며,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휴머니스트 CEO였다. 이순신의 리더십은 500년을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정의선 회장이 회사 임원 워크숍에서 경영 철학의 하나로 소개한 것도 바로 이순신의 리더십이었다. 이순신의 생애와 업적을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국가와 기업,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많은 전문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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