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이묵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2) "시스템 개선해 갑질사태 재발방지…경북의 자랑 女컬링팀 재창단할 것"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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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3   |  발행일 2021-12-03 제34면   |  수정 2021-12-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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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12일 당시 구미시장 권한대행이었던 이묵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제15회 구미 인동 3·1문화제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공직에 계시다가 도체육회로 오니까 어떤가.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

"40년 공직생활은 저의 모든 인생이 담겨져 있다. 체육회 사무처장은 사무처를 총괄하고 체육인들의 화합과 단합을 도모해야 한다. 이제까지 많은 성과를 일구어낸 선배 사무처장들이 계시기에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2006년 전국체육대회 개최 때 호흡을 맞춰 일했던 직원들이 있어서 많이 낯설지 않았다. 수시로 의견을 나누고 상호 존중하며 언제나 함께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 경북도체육회도 변화와 혁신의 물결에 자유스럽지 않다. 시대흐름에 맞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개편하고 조직의 활력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허물없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금까지 공직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더 멀리 나아가려 한다. 이런 자세로 체육회를 운영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을 것이란 자신감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경북도체육회의 당면과제
갑질·폭행, 정당화될 수 없는 악습
국민 외면과 질타에 무거운 책임감
엘리트·생활체육 화학적 결합 과제
사무처 직원들도 변화와 혁신 필요
외부에서 긍정적 평가받도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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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12일 당시 구미시장 권행대행이었던 이묵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직원들과 함께 구미전통시장 이용 활성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도체육회가 몇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로 시끄러웠다. 정리가 됐나.

"2016년 체육단체가 통합되면서 사무처 조직구조가 다소 불균형하게 짜여졌다. 이로 인한 기관운영경비 부족, 비효율적인 조직운영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각종 수당 폐지 등 급여 시스템 개선, 경상경비 절감 등 직원들의 자발적인 고통분담과 노력으로 조직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능력과 성과중심의 인사관리, 성과연봉제 도입검토 등 지속적인 조직혁신으로 전문성을 갖춘 경쟁력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그동안 제가 경북도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직원들은 매우 성실하고 적극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조직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평가는 사뭇 다르다. 사무처장으로서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외부에서의 평가를 제대로 바로잡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무처 직원들도 외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혁신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고 매너리즘과 구태의연한 방식의 제도와 관행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일부 종목단체의 갈등과 실업팀 내부의 비리 등 조직발전에 저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엄중하게 조처할 계획이다. 소통부족으로 인한 시각의 차이는 내·외부와의 공감대 형성과 소통을 통하여 메워 갈 생각이다. 직원들이 일 자체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끈끈한 동료애가 넘치는 조직문화가 경북도체육회에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 2018년 컬링 팀킴 갑질사태 폭로, 2020년 철인3종 선수 사건 등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발생해 우리 체육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체육계가 국민들로부터 외면과 질타를 받았다.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스포츠현장에서의 가혹행위와 폭행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구시대의 악습이라 생각한다. 인권침해예방을 위한 각종교육 강화, 스포츠인권센터 운영 내실화, 피해자 선제적 보호 및 가해자 엄중징계의 규정 재개정 등 전반적인 제도적 개선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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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묵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경북도에 근무할때인 2017년 5월 새정부 출범에 따른 국정과제 대응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경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여자컬링 팀킴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어떻게 하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지. 여자컬링팀 재창단 계획은 없으신지

"경북도체육회 여자컬링팀은 경북의 자랑이고 대한민국의 보배였다. 여자컬링팀 문제로 국민과 도민의 걱정을 끼치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2018년 여자컬링팀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이후 컬링팀의 운영상황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정부합동 감사를 받았다. 앞으로 실업팀에서 유사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수한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교 선수를 육성시켜 실업팀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선수가 다시 전문 또는 생활체육 지도자로 안정적으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이나 도민에게 스포츠를 지도하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경북도내에서도 고등학교 학생 중 우수한 여자 컬링선수가 있다. 이들을 미래의 새로운 올림픽 금메달 유망주로 양성시켜 경북도의 위상을 다시 한번 높여 보고 싶다. 아울러 청년들이 지역에서 열심히 운동하면 취업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주고 싶다. 빠른 시간내에 팀 재창단 등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도지사가 당연직이었던 도체육회 회장 자리가 민간인에게 넘어갔다. 장·단점에 대해 말씀해 달라.

"2018년 12월27일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됨에 따라 그동안 당연직이었던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이 금지됐다. 체육단체를 정치적인 영향력으로부터 배제함으로써 체육단체의 정치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다. 경북도체육회도 2020년 1월 16일 민선 체육회로 출범했다. 민선체육회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독립법인으로 자생력을 갖추어야 했지만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체육회 재정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문체위에서 발의돼 현재 법사위에서 관련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체육인들의 스포츠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새로운 방식으로 체육인들의 혁신의지가 요구된다. 체육회도 장기적으로 스포츠마케팅 등 수익사업, 기업 후원금 유치 등 자체 재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엘리트 체육과 사회체육 통합 이후 여전히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인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이원화로 체계적인 스포츠인재 양성이 곤란했으며 인력·재정의 낭비 등을 불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됐고 체육단체 통합시 법정시한인 2016년 3월27일을 지키기 위해 다소 촉박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었다. 이와 함께 통합과정에서 일부 종목단체의 경우 기득권 다툼으로 갈등과 반목 등이 있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종목단체 통합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앞으로 헤쳐가야 할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체육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내로남불식 의식과 이기주의는 우리 모두 극복해야 할 과제다. 체육계의 낡은 제도적 관행을 없애고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내야 하는 임무가 체육인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통합을 위한 산고를 겪었기 때문에 체육인들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경계를 넘어 경북체육발전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거시적인 틀로 접근하고 있다. 경북체육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경북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두 체육회의 통합으로 조화로운 발전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여 '스포츠와 함께 건강한 미래를 열어가는 글로벌 경북 실현'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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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묵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경북도 재직 때인 2017년 8월14일 2017년 3분기 통합방위협의회 및 을지연습 준비 보고회에 참석해 회의를 하고 있다.

▶공직에 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가장 아쉬웠던 일은 무엇인가.

"누구든지 한 직장에 오랫동안 근무하면 즐거움과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중학교시절 선생님께서 '인생은 포크와 같아서 포크 손잡이를 따라 날 4개 중 하나를 언제든지 선택해야 하고 또 그 날이 다시 손잡이가 되어 새로운 날을 선택하는 연속'이라며 어떤 길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공직 생활 중에도 수많은 판단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책을 추진했던 것 같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지방자치제 본격 시행 전인 1996년 도와 시·군 간의 기능을 재분하기 위한 지방행정사무조사, 제33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도립국악단 창단,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방폐장 및 양성자가속기 경주유치, 2006년 전국체육대회 개최, 정부합동평가 종합부문 최초 1위 등이다. 구미시장 권한대행 때 구미 미래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해 구미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것은 경북도 재난안전실장 재직 중 발생한 코로나19가 아직까지 종식되지 않은 것을 꼽을 수 있다."

9급에서 1급까지
청도읍사무소에서 공직 시작
구미시장 권한대행업무 시절
미래산업 발전전략수립 보람
경북도 재난안전실장도 역임
코로나 종식 안된 것 아쉬워

▶지방행정서기보(9급)에서 출발해서 지방관리관(1급)으로 퇴직하셨다. 도청 안팎에서 입지적 인물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청도군 청도읍사무소에서 시작해 경북도청에서 명예퇴직했다. 선·후배 및 동료 공직자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 고시와 비고시 출신 구분 없이 승진시키겠다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인사철학에 따라 공무원 최고직위로 마칠 수 있게 돼 감사드린다. 입지적 인물이라는 평은 부담되며 저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이 많이 있다. '제 업무로 인하여 조직과 상사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공직에 임했으며 한발 앞선 정책 판단과 추진력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묵묵히 업무를 추진했다. 이 모두가 저의 부족한 면을 항상 채워 주신 선·후배 및 동료 공직자들의 조언과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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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당시 구미시장 권행대행이었던 이묵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제56회 경북도민체전 해단식에서 도민체전 우승기를 흔들고 있다.

▶공직생활 동안 가정보다 직장에 더 무게를 둔 것 같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으신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늘 가지고 있다. 특히 저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가정의 대소사를 챙겨준 아내께 감사드린다."

▶형제 대부분이 공무원인 걸로 알고 있다. 가끔 모이면 주로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누시나.

"현재 청년들은 실력이 뛰어나도 공직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지만 과거에 교사·은행원 등이 선망 직업이었고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채용되기가 쉬운 시절이 있었다. 저희 가족들은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버님께서 일찍 운명하신 후 가정상황이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많은 형제들이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찾았고 그곳이 바로 공직이었다. 3남3녀 중 5명이 공직에 있었다. 큰형님은 공직 생활 중 운명을 달리했지만 다른 형님과 누님은 무사히 공직을 마무리했다. 집안에서는 자연스럽게 공무원 사회를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명절 때도 휴일 비상근무 등으로 전 가족이 모이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형제들이 가끔 만나면 공직내부 이야기보다는 집안 친·인척 간의 일상생활 등 소소한 애기를 많이 한다." 


글=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사진=이묵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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