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입학에서 은퇴까지…대학, 평생 재교육 시스템으로 가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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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3 07:56  |  수정 2022-01-03 08:17  |  발행일 2022-01-03 제19면
온라인 교육 '유스티노대학'
저렴한 학비·조기졸업 장점
학령인구 줄어 정원 감소세
1만명이하 강소대학 바람직
기부 공로자 묘역 조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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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대학 혁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제공>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6일이 되면 취임 1주년을 맞게 된다. 우 총장은 "지난해 1월6일 공식 취임 행사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했는데 벌써 1년"이라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에다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우 총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대학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학 구성원을 설득하고 가치를 공유하며 낯선 미래의 불확실성을 하나씩 줄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미래 100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취임한 지 벌써 1년이다. 실제 1년을 지나보니 어떤가.

"어떤 제도든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유스티노대학(1년 3학기 온라인대학으로 우 총장이 신설했다)도 학교나 입시기관을 통해 제대로 그 취지가 수험생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만학도들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많은데 막연한 부분이 있어 맨투맨식 접근을 해야 실제 입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시에서 유스티노대학 지원자는 많았지만 실제 등록률은 높지 않은 것이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유스티노대학은 대구가톨릭대가 지향하는 미래 대학의 모습의 하나다. 실용적인 학과들이고 학비도 저렴하고 3년 만에 졸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좋은 결실을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

▶유스티노대학이 대구가톨릭대의 미래 모습의 하나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유스티노대학은 온라인 대학으로 앞으로 그 효용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본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실상 지식과 직장의 생명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새로운 학문에 대한 수요, 재교육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학이 과거처럼 4년 졸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재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수요에 대비한 교육 콘텐츠(영상강의) 확보가 불가피하다."

▶온라인 강좌, 비대면 교육이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유용하다는 이야기인가.

"당연하다. 코로나로 교육현장에 비대면교육이 10년 이상 앞당겨졌다. 코로나 이후에도 앞서 이야기했듯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학과마다 만학도가 입학하고, 또 수업을 제때 못 듣는 학생도 있다. 대학이 평생학습으로 가려면 항상 수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코로나와 관계없이 대면·비대면 하이브리드로 가야 된다. 학점등록제, 복수 전공제 활용, 평생학습체제 구축 등에도 필요하다. 학생의 형편에 따라서 어떤 과목은 비대면 온라인 내지는 동영상 수업을 하고 어떤 과목은 직접 와서 들을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학생들 학습능력도 차이가 많은데 온라인 교육콘텐츠를 활용하면 예복습용으로 활용가능하다."

▶비대면교육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교직원들에게 학생들과의 공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취임 당시부터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배경인가.

"우선 학생들의 성향이나 가치관 등이 많이 다양해졌다. 또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대학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도 늘고 있다. 정서장애·발달장애학생도 늘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적절한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지만 우리 학교 학생인 만큼 대학에서 선제적으로 관심을 가져 건전한 사회인으로 배출하자는 취지다."

▶대학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 대학 교육에서 지체장애에 대한 교육시스템은 어느 정도 구축돼 있지만 정서장애는 아직 사각지대다. 고교 졸업 후 대학으로 연계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 연계 과정을 도입하고 국비로 의무교육을 하면 어떨까 한다. 국립대가 어렵다면 사립대에 특정 장애교육에 관해서는 국립대처럼 운영하면 된다."

▶사실 대학은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구조적인 문제는 정부정책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우리나라 고도 성장시기에 지방 대학이 없었으면 교육 수요를 어떻게 감당했을까? 지금은 지방대학이 어려운데 무방비 상태로 이렇게 용도 폐기 처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 진짜 어려운 대학은 퇴로를 열어주든 해야 한다. 지금 아파트 지을 택지 없다고 야단이다. 초중고 재단, 사립대 법인이 폐교할 때 폐교 재산에 대한 퇴로를 열어주면 엄청난 택지가 확보된다."

▶실제 폐교하고 싶은 사학 법인은 많아 보인다.

"설립자들은 교육철학이 있었다. 2세, 3세로 넘어가다 보니 그런 의지도 약해지고 법인이 수익용 재산이 없어서 법정 분담금을 내기 어려운 학교도 많다. 여기에다 사립대 수익용 재산에 대해 지방세까지 부과한다고 한다. 만약에 기본재산의 일정부분을 공로금으로 준다면 대구 시내도 폐교할 사학이 많지 않을까."

▶학제개편 필요성도 늘 강조하는데.

"우리나라는 6-3-3-4에다 군대 3년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입직연령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현재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생에 노동시간을 연장시키면 인구증가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퇴직 시기를 늦추면 청년실업 문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당기고 학제를 단축하면 약 30%의 인구증가 효과가 있다고 볼 수있다."

▶대학의 평생교육기관화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지식의 생명주기가 짧아졌다. 대학에 입학해서 군복무를 마치고 졸업하면 7년 정도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학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거나 인기·비인기 학과가 바뀌기도 한다.심하면 입학 때 배운 공부가 졸업할 때 쓸모없는 지식이 될 수도 있다. 외부 노동시장에 대응해 적합한 인재를 배출해야 하고, 필요할 때 재교육 시키는, 평생 교육 시스템으로 가자. 그래서 우리 학교가 표방하는 게 뭐냐 하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니라 '입학에서 은퇴까지'다."

▶대구가톨릭대를 혁신적인 강소대학으로 키우겠다고 했는데….

"현재 입학정원이 3천명 정도인데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궁극적으로는 2040년 되면 1천200~1천300명으로 예상한다. 그 줄어든 수요는 온라인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혁신적인 강소대학, 1만명 이하 강소대학으로 가겠다. 강소 대학은 오프라인 학생의 강소라는 거지 온라인 환경은 무궁무진하다."

▶재정 악화 문제는.

"연간 예산이 1천700억원대다. 그중에 등록금 수입액이 800억원이다. 현재 교육투자는 늘고 학생은 줄어들어 연간 7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 결손이 생긴다고 봐야 한다. 적은 돈이 아니다. 고민 끝에 기부자를 위한 공로자 묘역을 조성하기로 했다. 1년에 50명, 최소 50억원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10년만 견디면 대구가톨릭대는 자립할 수 있다."

▶경북도에 무상교육 제안도 했다는데.

"대학혁신이 지방자치단체 활성화의 요점이다. 경북도가 인구 소멸 지역인 만큼 시·군 학생들이 대구경북 대학에 진학하면 대학이 3분의 1 내고, 도가 3분의 1 내고, 기초단체 3분의 1 내서 무상교육하자고 했다. 실제 예산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게 대학이 못 버텨서 문 닫는 것보다는 100% 낮다고 경북도에 이야기했다."

▶대학에도 ESG 경영이 화두다.

"메인스타디움에 태양광 설치를 한다. 입시제도도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이야기를 들어 개방적으로 만들 생각이다. 대학의 지역사회 책무 차원에서 학생모집에 지역 할당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학생부종합을 확대해 지역학생들이 우수 학과에 많이 입학하도록 할 구상이다. 의사결정 과정에 교직원들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있다. 예산도 전부 팀장들이 제안하고,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인성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진짜 착하다. 성인(聖人) 이름으로 건물명을 쓰고 인성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기업인 만족도가 높다. 인성 좋고 이직률이 낮다고 한다. 이번 교육부 발표에서 취업률 58%로 대구경북에서 가장 높다. 착한 인성이 바닥에 깔려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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