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옐로키드가 된 대통령 선거판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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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3   |  발행일 2022-01-13 제22면   |  수정 2022-01-1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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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훈기자〈경북본사〉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질 대선이 50여 일 남았다. 하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을 정도로 낯설다. '각 당에서 배출한 후보들의 국정 수행을 위한 이념이나 철학이 무엇인지'에서부터 '공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들어본 기억조차 흐릿해서다. 대신 마치 흥신소로 변신한 듯 후보자의 과거 행적 들추기로 흠집 내기에 몰두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행태에 짜증만 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대선판이 형성되면서 신상털기에 나선 이들의 먹잇감이 출마한 후보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배우자와 가족은 물론 일가 친족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되면서 대한민국을 책임질 중차대한 선거판이 마치 선정적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선정주의적 저널리즘을 지칭하는 '옐로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의 극단을 보여준 셈이다.

이른바 황색언론(黃色言論)으로도 불리는 이 말의 유래는 미국의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뉴욕월드)와 언론재벌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모닝저널) 사이에 벌어진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됐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을 신념 중 하나로 삼았던 퓰리처는 만평과 사진을 화려하게 쓰고 체육부를 신설해 스포츠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최초로 간행된 일요판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흥미와 오락 위주로 지면을 메우는 등 선정주의(sensationalism)에 호소했다.

실제 1889년 뉴욕월드 일요판에 게재한 옐로키드(황색 옷을 입은 소년·yellow kid)는 구독률 향상에 한몫을 했다. 이에 질세라 모닝저널은 경쟁지의 간판 상품인 옐로키드를 스카우트하면서 두 라이벌 간 유례없는 '만화전쟁'이 시작됐다.

그래도 당시 뉴욕에서 벌어진 치열한 선정주의 경쟁은 신문산업으로 한 단계 진화한 언론환경 속에서 독자확보를 통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판을 자사의 호불호에 따른 편향된 보도로 일관해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저 자력으로는 후보를 배출하거나 검증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부실해진 정치권의 선거전략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마창훈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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