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러브앳' (위고 젤렝 감독·2019·프랑스)…사랑의 진짜 의미에 대하여

  • 김은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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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5   |  발행일 2022-02-25 제39면   |  수정 2022-02-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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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다 제목의 의미는 각별하다. '러브앳'의 영어 제목은 'Love at Second Sight'다. 'Love at First Sight'는 '첫눈에 반한다'는 뜻이니, '두 번째 사랑에 빠진다'는 뜻이겠다. 프랑스의 원래 제목은 'Mon inconnue'인데 '나의 낯선 이에게'라는 뜻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평행 세계에 빠져보니 자신은 별 볼일 없는 존재가 되어있고 부인은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가 되어있더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부인이 자신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다. 낯선 사람이 된 부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판타지 영화다. 프랑스판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리의 명소들과 유명한 가보극장, 그리고 남프랑스 카마르그의 바다 등 배경이 무척 아름답다. 프랑수아 시빌과 조세핀 자피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다. 바흐, 리스트, 쇼팽 등의 음악들이 화면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쇼팽의 '즉흥환상곡'이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치매 할머니 역할을 한 에디뜨 스꼽의 모습도 눈길을 끄는데,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의 마지막 연기다. 각본·감독·제작을 겸한 위고 젤렝은 "사랑에 빠지기를 꿈꾸거나 첫사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다" 고 했다. 결국 모든 이를 위한 영화인 셈이다.

영화를 보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기적인 주인공이 참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마지막 장면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 그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사랑하는 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목격한 주인공은 그녀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꿈을 포기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누군가 이 영화를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사랑은 나의 방식이 아니라 '너의 방식'인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것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우리는 너무 함부로 사랑을 말하고 있지 않은지….

오랜만에 고전적인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감성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기는 내 곁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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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시인·심리상담사

그나저나 평행우주란 게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지는 않다는데, 지금 이곳과 똑같은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현재 내 모습과는 다른 또 하나의 내가 존재한다면 어떨지 묘한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저 유명한 장자의 '호접몽'이 생각날 수도 있다. 나비 꿈을 꾸었는데 깨어보니 내가 나비 꿈을 꾼 건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건지 모르겠더라는 것. 현실적인 사람은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판타지 영화도 마다하지 않는 나는 또 다른 장자의 말을 커다란 위안으로 삼는다. '쓸모 없음이 있어 쓸모 있음이 있다'는 것 말이다. 쓸모로 따지자면야 영화만큼 쓸모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쓸모있는 것, 실용적인 세상을 잘 살아내기 위해 기꺼이 쓸모없는 영화를 본다. 영화는 인생에서 꼭 필요한 삶의 쉼표이자 여백의 공간이 아니던가.
김은경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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