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신도시 한 어린이집 CCTV서 '아동학대' 정황 포착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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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5 18:14  |  수정 2022-04-25 18:16  |  발행일 2022-04-25

"평소 잘 다니던 어린이집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신 후 갑자기 등원 거부에 밤잠을 설치던 아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학대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본 후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최근 아동학대 의혹이 제기된 경북도청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본 피해 학부모가 이같이 말했다.

학부모가 영남일보에 제보한 CCTV 영상에는 보육교사가 30여 개월 된 남자아이를 구석(CCTV 사각지대)으로 몰아 학대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을 비롯해 팔을 잡아당기거나 때리는 영상이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다.

또 자신의 키만큼 높은 책장에 올라간 아이를 강제로 바닥으로 끌어당겼고, 심지어 책장에 올라간 아이를 그대로 둔 채 책장을 밀면서 아이가 떨어질 뻔한 아찔한 장면도 담겨있다.

게다가 보육교사가 먹던 음식과 물을 아이에게 주고, 애들 돌보는 시간 중 약 50여 분이나 누워서 휴대전화를 만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를 본 피해 학부모는 "CCTV가 버젓이 있는 곳에서도 저렇게 행동을 하는 데 안 보이는 사각지대에선 어떻게 했을지 생각만 해도 화가 난다"며 "한번은 팔에 피멍이 들어서 왔고, 또 다른 추운 날 아이들이 기저귀만 입은 채로 현관문과 신발장 사이에 갇혀있는 것을 실제로 발견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빨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후회스럽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뒤늦게 영상을 확인한 원장도 이건 분명 아동학대가 맞고, 폭행이라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 학부모는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도 책임이 없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부모는 "가해 보육교사와 원장이 서로 입 맞춰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최초 신고자를 오히려 무고로 고소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등 현재까지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더는 말 못 하는 아이를 이용해 '잘못 없다는 식', '모르쇠'는 그만두라"면서 "한두 번이 아닌 여러 번, 몇 날, 며칠 영상을 볼 때마다 쏟아지는 학대 정황과 증거들, 잠든 아이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에 아내와 둘이서 펑펑 울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해당 어린이집은 아동학대신고에 의한 조사에 대한 사과문을 어린이집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사과문을 통해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CCTV를 확인한 결과, 아동학대 정황이 여러 번 확인됐다"면서 "아이를 믿고 맡겨 주신 부모님들께 너무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무능한 원장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교사를 배제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들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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