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연인들 사랑을 묻다

  • 정왕부 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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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3   |  발행일 2022-05-13 제14면   |  수정 2022-05-13 07:41

정왕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책을 펼쳤다. 이유는 제목에서 '연인'과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뻔한 내용일 거라는 생각에 꽂아 둔 지가 오래전 일이었다. 프롤로그와 목록을 보니 어릴 적 읽었던 설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겹도록 듣고 읽었던 내용이라 흥미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평강공주의 욕망으로 인해 바보 온달을 밤새 걱정하면서 이 책을 덮을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날개옷을 잃고 낯선 남자를 따라나선 여인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있나요?'

하지만 평강공주의 욕망을 질책하면서 바보온달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이 책은 단군신화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며 많은 설화와 고려가요 그리고 소설 속에서 만나는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과 그 주변 그리고 시대적 상황까지도 설명하고 있다.

가부장적 제도에 갇힌 여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들의 생각과 꿈을 펼칠 수 없는 환경에서 자유를 꿈꾸는 모습도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연인들 사랑을 묻다'라는 책 제목이다. '연인'과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는데 '묻다'라는 단어에서 그만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묻다'라는 단어는 '질문을 한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들러붙다'와 '감추다, 매장한다'라는 의미도 있다. 어쩌면 작가는 '물어본다'라는 의미를 통해 사랑을 정의하고 싶었을 수도, 아니면 '묻어둔다'라는 의미로 사랑의 애틋함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배웠던 그런 뻔한 설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을 조금 다르게 풀어놓아 뻔한 이야기로 바라보는 흐리멍덩하고 느슨해진 초점을 다시금 맞추게 된다.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비판적 사고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 또한 들게 한 책이었다.

정왕부〈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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