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더 많은 더 건강한 메기를 꿈꾼다

  •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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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7   |  발행일 2022-05-17 제22면   |  수정 2022-05-1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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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3일, 일제 강제동원 전범기업 다이세루의 한국 생산법인 다이셀코리아는 경북 영천 채신공단 공장을 6월 말 폐업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2012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유치한 첫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지난 10년간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쓰고 각종 면세에 더해 국민연금의 투자까지 받는 특혜를 누렸다. 주민이나 노동조합과 마찰이 생기면 지자체가 회사 편에서 돕겠다는 몰상식한 약속까지 있었기에 노조탄압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이제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대로 폐업이 되고 나면 영천시민 500여 명의 생계가 하루아침에 끊긴다. 이를 어찌할까. 외국자본의 계속되는 '먹튀'를 규율하지 못하는 제도 공백도 억울하지만, 사태가 이럼에도 경북도의회나 영천시의회에 시민과 노동자 편에서 싸우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는 지역 현실은 개탄스럽다.

지난 12일, 한국장학재단은 콜센터 민간위탁 유지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 대상이었던 콜센터 노동자들은 더 이상의 민간위탁만큼은 피하게 해달라고 재단과 시민사회에 간절히 호소해왔다. 그들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3월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재단은 끝내 저버렸다. 재단은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상시지속업무에 해당하는 콜센터를 직영 전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마자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 처우 개선 약속조차 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이 쉽게 버려지는 세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줄 힘 있는 정치인 한 명이 아쉬운 이유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노동과 생태의 가치를 지켜내는 바른 정치를 우리는 정녕 기대할 수 없는 걸까. 작년 3월 참여연대의 지방의회 의정활동 평가보고서를 보면 입법 활동에서 경북은 전국 꼴찌였다. 5분 발언과 시정 질의 건수에서도 경북은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아예 질의나 발언이 없었던 전국 의회 네 곳 중 두 곳이 청송과 고령의 기초의회였다. 최근 대구 시민단체들은 대구의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 중 무려 76명을 후보 부적격자로 꼽았다. 설상가상으로 봉화 기초의원들과 특수 관계에 있는 건설사들이 봉화군으로부터 81억원의 수의계약을 따냈다는 보도가 입방아에 오른다. 제 할 일만 뒷전인 셈이니 이 얼마나 참담한가.

그러나 희망을 쉽게 버려선 안 될 것이다. 작년 9월 대구참여연대와 대구의정참여센터의 대구 지방의회 2년 평가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지역 내 일당독점의 완화로 긍정적인 '메기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 안 다루던 문제가 새로 조명되었고 조례 제정 시도도 늘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필자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메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다만 점점 더 기득권에 안주해가는 옛날 메기만으로는 안 될 듯싶다. 기실 대구 취수원 이전이 능사가 아님을 밝히며 낙동강의 재자연화와 생태계 복원을 제기한 이들도, 2020년에 못 쓰고 묵힌 지자체 순세계잉여금 8천500억원을 공론의 장에 끌어올린 이들도, 옛날 그 메기가 아니었다. 이들은 우리 지역사회 곳곳,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농민회와 시민단체에서 희망의 불씨를 일구는 헌신적인 활동가들이다. 노동과 생태의 가치를 현장에서 지켜온 이들 진짜 진보를 이번에 새 메기로 키울 수는 없을까? 진정으로 컬러풀한 대구를 위해 더 많은 더 건강한 메기를 꿈꾼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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