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인간의 불안한 만남"…대구 '기계식 주차장' 자체 실태점검 해보니

  • 노진실,이동현,손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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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9 18:00  |  수정 2022-05-20 07:38  |  발행일 2022-05-20 제6면
[이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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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추락사고가 발생한 대구 북구 한 건물 기계식 주차장 입구. 소방당국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최근 대구 북구의 한 상가건물 기계식 주차장에서 20대 여성 추락사해 논란(영남일보 5월10·12·13일자 보도)이 됐다. 영남일보는 해당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9일 오전 사건 발생 장소를 찾아 현장을 살폈다.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는 총체적 안전불감증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대구지역 기계식 주차장 10여 곳 가보니…
19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 기계식 주차장 주차 면수는 2019년 76만6천220면에서 2020년 78만9천621면, 2021년 81만6천645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에는 1천441개소의 기계식 주차장이 있으며, 총 주차 면수는 4만7천558면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전국적으로 기계식 주차장과 관련한 사고는 43건이 발생해 6명이 사망했다.
기계식 주차장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지만, 각종 안전사고도 숙지지 않고 있다. 기계식 주차장 관련 안전사고는 누구라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영남일보 취재진이 지난 15~17일 대구 중구와 동구, 북구, 수성구 일대 건물의 기계식 주차장 여러 곳을 둘러봤다.


15곳의 기계식 주차장을 확인한 결과,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되고 있는 곳도, 또 그렇지 않은 곳도 발견됐다.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관리인이 부재한 곳도 있었고, 기계식 주차장 시설 자체가 상당히 노후화돼 보이는 곳도 있었다.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했다. 기계식 주차장은 공간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안전상의 우려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19일 동대구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6)씨는 "기계식 주차장은 도심에서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문제나 간혹 고장이 발생하는 점 등은 불안해 보인다"며 "안전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안전불감증 대책 등 재발방지책 시급
이번에 승용차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구 북구 기계식 주차장에는 안전한 주차관리를 위한 관리인이 배치돼 있지 않았고, 수리 당시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한 안전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과 정황이 잇따랐다. 총체적 안전불감증 문제가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허술한 규정과 안전 교육의 실효성 문제 등 기계식 주차장과 관련된 규정과 행위 모두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또 일각에선 기계식 주차장 보수업체가 등록제로 운영되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칫 관리·안전교육 등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에 기계식 주차장 보수업체 관련 제도 개선과 교육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대구 구·군청 관계자는 "주차장법에 따라 기계식주차장 보수 문제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등록을 취소·정지 할 수 있다"며 "다만, 이번 사건은 일단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홍정열 계명대 교수(도시학부)는 "도시 내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기계식 주차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대한 제도적 마련의 미흡 등의 문제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는 교통안전공단 등 검사기관과 함께 수시 또는 정기적인 점검 및 단속을 수행함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안전한 기계식주차장 사용에 대한 홍보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운전면허시험 및 교통안전교육에 기계식 주차장 안전 수칙 등을 포함하는 등의 노력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백승대 영남대 명예교수(사회학과)는 "안전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시민들의 안전의식 고취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이동현·손정섭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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