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감 후보 인터뷰] 엄창옥 후보 "대구교육위원회 상설기구 운영, '교육수도 대구' 자존심 찾겠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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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2 20:31  |  수정 2022-05-23 09:01
엄창옥후보사진2
엄창옥 대구시교육감 후보가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엄창옥 대구시 교육감 후보 선거대책본부 제공>

▶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출마하게 된 계기는?
"시민후보로 엄창옥교수가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교육의 변화를 위해서는 누군가 결단을 해야 한다는데 나도 동의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나'이냐는 점에서는, 나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생각했었다. 그런 고뇌 속에 있던 중 다른 도시의 교육감 후보가 '자신의 지역을 대한민국의 교육 수도'로 완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는 평소에 서울 수도 하나만으로도 지역불균형의 문제가 힘겨운데, 또 다른 수도가 왜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안동이 대한민국의 정신문화 수도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상징적이면서도 실제성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교육 수도가 대구라는 사실은 우리 시민들 사이에 이미 자부심으로 굳어져 있다. 그것은 대구 교육을 통해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됐고 그분들이 한국사회와 대구사회에 중요한 받침돌이 되어왔기 때문에 대구시민께서 의식-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러한 대구의 자존심인 '교육수도 대구'가 대구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대구 교육이 지금 잠들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변화하지 않으면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교육감 후보로 나설 것을 결심하게 됐다."

▶ 국립대 교수로서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은 이론의 영역이 우위를 지닌 곳이다. 이론이 이론에 머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러나 저에게는 '실천하는 양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론과 현실의 문제'가 나의 학문생활의 한 축이다. 잘 아시듯이 자연계열의 대학은 산학협력이라는 방식으로 이론을 산업 현실에 접목하고 있듯이, 사회계열 대학교수의 실천영역은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을 때 대구에서 불꽃이 일어난 1907년 국채보상운동 자료발굴사업에 동참했다. 그래서 2017년에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을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 등제시키는 일의 책임을 맡았다. 대구가 세계적 보물 하나를 가지는데 작은 기여를 했다. 그때 현 권영진 시장님, 문희갑 시장님, 김영호 장관님, 신동학대표님 등의 큰 도움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구 청년의 지역유출이 저의 연구과제가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대구지역 청년들과 함께 하는 지역활동을 하면서 대구청년의 아픔들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교육계에 몸담고 지역사회 활동을 하면서 절감하는 것이 있다. '지역은 인재를 키우고, 인재는 지역을 살린다'는 말을 절감하고 있다."

▶ 경제학 교수로 30년을 살아가며 지역의 대구 유·초·중등 교육환경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가장 마음 아픈 곳은 학교 교실의 붕괴이다. 우리 학생이 학교 교실에서는 잠을 자고, 학원에서 밤을 밝히고 있다는 현실이 가장 괴로운 지점이다. 동시에 무너져내리는 교사의 자존감 또한 같은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가 없다. 동시에 학부모님의 경제적 부담, 심리적 부담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대구에서는 특히 한 지역으로 교육 인프라가 몰려 있으니,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이 너무 심하니까 자녀가 학령기가 되면 이사를 가야하나…, 하는 문제에서 부터, 내 아이가 학교에서 작 적응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까지, 지금 대구교육은 혼란 그 자체이다. 물론 이것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구가 특히 더 심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가 너무 오랬동안 방치 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젠 대구 교육의 틀을 바꿀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

▶ 현재 대구 초중등 교육 정책 가운데 개선하거나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있나?
"교실을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급선무이다. 이를 해결하는 첫번째 과제가 과밀학급을 해소이다. 지금 학생배치기준이 유치 18명, 초등 24명, 고등 28명이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해소 되었지만 OECD기준에 비교하면 과밀 교실이다. 한 단계씩 낮추어야 한다. 각각 3명 정도 낮추는 단계적 정책을 추진하겠다. 동시에 추진해야 할 일은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선생님을 학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사업무를 과감히 들어내겠다.


그래야 학생과 교사가 교실에서 사랑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 학부모의 공교육비 부담율이 대구가 전국의 2위로 높다. 대구가 무상급식을 가장 늦게 실행한 교육청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지금은 창의 체험학습비를 수익자부담이라는 원칙하에서 학부모님이 담당하는데 이것을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도록 하겠다. 최근 가장 염려스러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안이 안전한 학교급식이다.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실행하겠다.


친환경 로컬푸트를 식자재로 하는 식단비용을 상승하겠다. 방학중 급식도 필요로 하는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오전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학부모님이 있을 수 있다. 마을공동체와 함께 창의체험활동프로그램을 열어가는 '방학중 종합 학생지원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겠다."

▶ 공약을 많이 준비하신 것 같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은 경제적 지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심리적 갈등과 학력 결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통합적 지원체계를 제도적으로 구축해야한다. 지금 이런 지원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정부서별로 너무나 갈갈이 분산되어 있어서 지원받는 학생이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느라 오히려 병들 지경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 행정 구조 자체를 조정해야한다. 이젠 '학생성장 통합지원센터'를 지역단위로 추진하여 필요한 학생이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서 학부모님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 대구교육은 체질 개선할 여러 정책이 설계되어 있다. 다음주부터 하나 하나 정책발표를 하겠다.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라이온즈파크_학생들
엄창옥 대구시교육감 후보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야구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엄창옥 대구시 교육감 후보 선거대책본부 제공>
▶ 대표적인 공약을 한 가지만 이야기 한다면….
"대구가 대한민국의 교육수도라고 하지만, 구호만 있을 뿐 아직 한 번도 대구시민이 대구교육에 대한 시민적 합의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대구교육가족, 그러니까 학생-교사-교육근로자-교육전문가 그리고 대구시민이 함께하는 '대구교육위원회'를 조례 제정을 통해 상설기구로 설치하여, 대구시민의 지혜를 모아 대구교육 10년을 설계하고, 여기에서 대구형 교육과정을 구축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시민적 대합의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의 교육적 자존심을 되돌려드리겠다. 구체적 공약들은 담 주부터 지속적 정책선언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 대학교수로서 뚜렷한 교육관을 갖고 계시겠지만 초중등 교육에 대한 평소 소신이나 철학에 관해 이 기회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30년 교직 생활을 하면서 체험으로 확인한 것이 있다. 그것은 '교실은 시민이 태어나는 곳이다' 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아이를 끼우는데 온 마을이 용'을 쓰게 되된다. 21세기 인간상은 20세기 인재상과는 다르다. 20세기는 대량생산 사회이므로 누가 경쟁에서 이기느냐의 사회였다. 그러니 교육도 가장 잘 달리는 사람을 키우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사회는 이미 변해있다. 21세기 인간상은 '유네스코 2050 새로운 사회계약'에 잘 나타나 있다. 새로운 사회에서는 소통하는 인간, 협력하는 인간, 그리고 사람과 자연에 공감하는 사람이 '함께 그리고 멀리까지 그리고 행복하게' 갈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어린이들, 청소년들이 자라나는 사회를 희망해야 한다."

▶ 이번 지방선거가 역대급 무관심 선거가 될거 같다. 특히나 교육감 선거는 더 힘들어 보입니다. 출마선언 후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전국에서 대구가 특히 그러하다. 선거 후보 대부분이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하나마나라는 말을 나도 들었다. 유권자 시민들의 마음은 그렇다하더라도,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아무리 희망이 없더라도 투표를 해서 유권자 시민의 마음을 꼭 표현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더 힘들어 보인다고 하셨는데 선거에 임하는 저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교육감 선거는 정치 선거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지하는 정당도 없고, 좌우 대립도 없는 곳이 교육감 선거이다. 유권자 시민께서는 '내 아이, 혹은 내가족의 아이를 위해 누구를 선택할 것이가?'만 고민하시면 되는 것이 교육감 선거이다. 저는 시민에게 호소한다. 교육은 교육전문가에게 맡겨 달라는 것이다. 교육에 평생을 살아 온 교육전문가에게 대구교육을 맡겨야 한다. 저의 아버지, 어머니, 저의 아내 모두가 교육자였으니, 저는 교육자 가족으로 자랐다. 그래서 저의 온 몸이 교육환경에 젖어있다. 저는 지금 대구 교육의 발전을 위한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진심을 시민에게 호소하는 것이 저의 유일한 선거운동 방식이다."

▶ 마지막으로 대구시민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어떤 분들은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말씀을 하신다. 현실이 그러하니 이해는 된다. 그만큼 희망이 없다는 말도 될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구교육체제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53.4%로 나왔다. 이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위기에 처한 대구 교육의 자존심을 회복해 달라는 요청과도 같은 것이다. 대구의 유권시민께서 선거에 참여하셔서 투표를 해가 그 가능성이 열린다. 이를 위해 우리 시민이 대구교육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꼭 투표를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대구를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교육도시로 완성해 대구시민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 이 꿈은 대구시민이 함께 꿈꾸면 이룰 수 있는 꿈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과정이 대구교육의 대전환을 위한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대구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 드린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엄창옥 대구시교육감 후보 약력
△대구 해안초등 졸업
△영신중 졸업
△대륜고 졸업
△영남대 경제학과 학사
△경북대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
△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현 대구문화예술프리랜서협동조합 이사장
△전 대구사회연구소장
△전 국채보상운동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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