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서 불법 투견 훈련장 의심 시설 발견…경찰 수사 나서

  • 서민지
  • |
  • 입력 2022-06-06  |  수정 2022-06-05 16:40  |  발행일 2022-06-06 제2면
대구 수성구서 불법 투견 훈련장 의심 시설 발견…경찰 수사 나서
대구 수성구의 한 개 사육시설에서 발견된 러닝머신으로 추정되는 기구. <캣치톡 SNS 캡처>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서 불법 투견 훈련장으로 의심되는 개 사육시설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은 5일 이 시설 견주(犬主)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 3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성경찰서는 견주의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캣치독팀에 따르면 최근 제보를 받고 이 시설에 출동했고, 개가 목줄로 러닝머신 용도로 추정되는 기구에 매달린 채 강제훈련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토끼 2마리, 닭 2마리도 따로 갇혀 있었는데 이 동물들은 개의 공격본능을 일깨우기 위한 자극제 역할로 이용됐다는 게 캣치독팀의 추측이다.


소나 돼지 등에 투여되는 주사기와 중탕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캣치독팀은 주사기의 경우 개의 근육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용도로, 중탕기의 경우 싸우다 죽은 개를 식품 등으로 만들기 위한 용도로 쓰였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단체는 이 곳이 '개 농장'과 다름없는 비위생적인 공간이었으며, 일부 상처가 난 개들이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구 수성구서 불법 투견 훈련장 의심 시설 발견…경찰 수사 나서
지난 1일 대구 수성구 매호동의 한 시설에서 개가 목줄에 매달려 러닝머신으로 추정되는 기구 위를 달리고 있는 모습. 캣치독 SNS 캡처
지난 3일 현장을 함께 찾은 수성구청, 소방서 등 관련 기관 역시 핏불테리어 등 개 21마리와 다른 동물들이 갇혀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수성구청은 견주에게 동물 미등록, 맹견책임보험 미가입 등에 대한 책임을 과태료 등 행정처분으로 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견주는 투견링, 러닝머신을 10일까지 자진 철거하기로 약속했고 모니터링을 받기로 했다. 견주는 해당 시설이 불법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수성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캣치독팀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견주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성용 캣치독팀 총괄팀장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이 선고된 것은 전국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다"며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라지만, 사법부의 판단이 탐탁지 않다"고 목소리 높였다.


견주는 지난 3일 현장에는 없었지만, 이후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견주는 "개들을 운동시키기 위해 러닝머신을 뛰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캣치독팀 관계자는 "투견시설로 보이지만, 만약 견주의 말처럼 운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뛰게 한 것이라 해도 목줄을 매단 상태로 강제적으로 운동하게 하는 것은 명백히 학대이며, 개의 자유의지를 박탈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곳이 실제 불법 투견 시설이거나, 동물 학대 정황이 있을 경우 동물보호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한편 캣치독팀은 수성구청이 개들을 긴급 구조 조치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수성구청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당장 학대를 당하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고, 커다란 개 21마리를 보호할 장소도 마땅히 없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됐기 때문에 구청에서 당장 '학대가 맞다, 아니다'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견주에게 다친 한 마리를 치료하라고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맹견과 함께 있었던 고양이와 토끼, 닭은 모두 구조가 완료된 상황이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서민지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