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년은 인근 고교생이 살해"…흉기·범인 지목 인터넷 글 '관심'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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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5 18:19  |  수정 2022-06-05 18:36  |  발행일 2022-06-06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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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린 글에 첨부한 것으로, 개구리소년 사건 제보를 구하는 경찰 문서와 당시 피해 소년의 두개골 사진.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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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이 직접 종이상자에 버니어캘리퍼스를 찍어봤다면서 A씨의 글 밑에 올린 사진. 인터넷 캡처

국내 대표적 장기 미제 사건인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을 두고 인근 고교생이 철제 '버니어 캘리퍼스'를 이용해 소년들을 살해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나는 개구리 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을 쓴 A씨는 개구리 소년 사건의 범인이 인근 비행 청소년이며, 범행 도구는 '버니어 캘리퍼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동네에서 자라본 남자들은 알 거다. 도롱뇽이나 올챙이가 자기 집 앞산에 산다면 멀리 갈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산을 넘어서 돌아서 반대편까지 가야 한다"며 "그 경우 그쪽 동네 학생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 어떤 동네든 그 동네를 휘어잡는 중·고등학생 불량배 무리가 존재한다"고 가설을 먼저 제시했다.


A씨는 개구리 소년 사건을 다룬 2011년 5월14일 방송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피해 소년의 두개골 손상 흔적을 본 순간 범행 도구가 '버니어 캘리퍼스'인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버니어 캘리퍼스는 길이·높이 등을 정밀 측정하는 공구다. 그는 "같은 크기의, 두개골을 직접 뚫지는 못한 흔적 여러 개가 한 곳에 집중됐다는 건 그 흉기로 아무리 있는 힘껏 세게 때려도 그게 최대 '데미지'라는 얘기"라며 "망치처럼 생겼지만 망치만큼 강하지 않은 도구가 버니어 캘리퍼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니어 캘리퍼스를 휘두른 인물이 그 지역 고교생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아이 다섯을 잔인하게 죽일 정도로 대담한 살인마가 휴대폰도 없는 그 시대에 하필이면 동네 산에 매복하고 아이들을 기다릴 확률은 제로"라며 "(범인은) 고등학생이다. 게임방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 문제아들은 '본드'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문제아들이 집에 제대로 들어갔겠나. 한 곳에 모여 놀고 자다가 사건 당일(공휴일) 산으로 올라가서 본드를 불었던 것이고, 가방 속에는 버니어 캘리퍼스가 있었을 것이다. 공업 관련 고등학교 학생들은 '티자'와 '버니어 캘리퍼스'를 들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 속에서 여럿이 본드를 불다가 아이들을 마주치자 환각 상태로 돈을 뜯으려다 아이들에게 버니어 캘리퍼스로 같은 곳을 때린 것"이라며 "이미 아이들이 본드를 부는 장면을 본 이상 어른들에게 이르기라도 하면 본인들이 앞으로 갈 곳이 더 없어지니까, 환각 상태에서 집단으로 달려들어서 아이들을 살해했다. '똘마니'인 고등학교 1학년은 그냥 구경만 하다가 나중에 아이들을 어설프게 후처리 가매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건이 벌어진 이후 사건 관련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죽을 때까지 누구도 발설하지 말자고 약속 또는 협박하면서 지금까지 실체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A씨는 와룡산 근처 고등학교 지도를 글에 첨부하면서 "당시 동네 불량배를 면밀히 조사한 적이 없다. 입을 닫을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았을 사람도 섞여 있을 것"이라며 "11년 동안 나는 인터넷상에서 사방팔방 말하고 다녔지만 누구도 버니어 캘리퍼스로 종이 상자를 쳐서 자국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소유한 버니어 캘리퍼스로 종이를 찍은 후 두개골 손상 사진과 비교해 '자국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고, 글 내용을 바탕으로 재수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 글이 추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실재했던 사건 현장을 생생히 묘사하는 것 같다면서 A씨가 당시 사건의 목격자 등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에서 A씨 의견에 대해 다른 가설이나 의문점 등을 제시하며 반박하자 그는 5일 현재까지 총 4편의 글을 추가로 올린 상태다.


개구리 소년 사건은 31년 전인 1991년 3월26일 5명의 대구 성서초등 아이들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된 사건이다. 이들은 사건 발생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됐으나 사건은 2006년 3월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사건이 일어난 당일은 선거일로 임시 공휴일이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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