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륵교 통하면 2㎞ 거리를 '차 운행금지' 탓에 15㎞ 우회…1년 물류비만 300억원 낭비

  • 유선태,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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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6 18:23  |  수정 2022-06-06 18:50  |  발행일 2022-06-07
강정고령보
2011년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낙동강에 건설된 대구 달성군 다사읍과 경북 고령군 다산면 사이 강정고령보(洑)는 다음해 보 위에 도로(우륵교)까지 준공됐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차량 통행이 되지 않고 있다. <대구 달성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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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 우회도로 지도


신동기 강정고령보(우륵교) 차량통행추진위원회 실무운영위원은 10여 년 전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강정고령보가 완공되기 직전인 2010년 여름, 한국수자원공사는 달성군과 고령군 관계자 및 주민들을 불러 '4대강 사업에 따른 강정고령보 건설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이 공청회 핵심은 강정고령보 차량통행 여부였습니다. 주민들은 당연히 완공되면 차량이 통행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딴 판이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달성군에서는 공청회에 참석 했는데 어찌된 연유인지 고령군에서 공무원을 보내지 않았어요. 이러다 보니 고령군 의견이 전달되지 못한 거지요. 당시만 해도 달성군에서 차량통행에 찬성했지만 고령군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한국수자원공사가 차량통행을 금지했어요. 당시 고령군수와 다산면장은 뒷짐을 지고 있었던 거죠."

강정고령보2
6일 오후 한 관광객 일행이 차량 통행이 금지된 강정고령보 위 우륵교에서 세발 바이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승규 기자


신 실무운영위원 얘기는 이어진다. "고령군은 뒤늦게 강정고령보 위에 우륵교가 완공된 직후인 2012년 32억 원을 들여 진입도로를 만들었지만 차량 통행 결정권을 가진 달성군이 당초와 달리 통행불가로 입장을 바꿔버렸어요. '잘못 끼워진 첫 단추'로 인해 우륵교 통행 불가가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결국 '불통의 다리'로…
경북 고령군 다산면에서 우륵교를 통해 대구 달성군 다사읍과 달서구 성서지역으로 진입하려면 2㎞ 정도면 충분하다. 이 다리를 건너지 못하면 다산면에서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를 건너 화원으로 넘어간 다음 다사나 성서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15㎞ 가량 돌아가는 셈이다. 고령군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물류비만 연간 300억 원 이상이다. 이 때문에 우륵교 개통을 계기로 관광산업을 일으키려던 고령군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고령군과 군민들의 우륵교 개통을 위한 달성군과의 싸움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고령군 주민들은 차량 통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같은 해 12월24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달성군 입장은 불변했다. "현재도 많은 차로 인해 교통이 혼잡한데 우륵교에 차량 통행이 가능해지면 이 일대는 교통 마비를 넘어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디아크 문화관 주변에 조성된 상권도 고령군 쪽으로 넘어가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륵교 차량 통행을 두고 두 지역의 갈등이 심해지자, 권익위가 중재에 나섰다. 권익위는 2014년 9월 경북도와 달성군, 고령군 등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정고령보 상류 1㎞ 지점에 대구 다사∼고령 다산 광역도로(가칭 곽촌대교)를 개설하자는 중재안을 이끌어 냈지만, 2017년 기획재정부 KDI(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7년 8월, 강정고령보 차량 통행 추진위원은 강정고령보 차량 통행 촉구 건의서를 권익위에 보냈고 이듬해 권익위는 고령군 다산∼우륵교∼달성군 디아크 내부 도로∼금호강 신설 교량∼성서산단 북로를 연결하는 2차 조정안을 냈다. 당시 관리 주체였던 부산국토관리청이 사업 시행 및 사업비 50% 부담하고 경북도·대구시가 연결 도로를 만들면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를 맡는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 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무산됐다.

◆거듭된 중재에도 해결되지 못한 '우륵교' 개통
2019년 3월 준공된 지 7년 넘게 우륵교의 차량통 행이 이뤄지지 않자,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가 '강정고령보 차량 통행 개통사업'을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한 뿌리 철학이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륵교임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상생발전의 뜻을 다졌다. 하지만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권익위가 우륵교 차량 통행을 위한 3차 개선방안을 내 놓았지만, 이마저도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권익위는 우륵교 접속도로의 안전시설 및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과 우륵교 개통하는 것에 대해 적극 검토해 줄 것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협조 요청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달성군이 찬성하면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달성군이 반대했다.


지난해 4월에는 달성군과 고령군이 상생협력사업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두 지역 군수와 군의회 의장 등은 관광 연계 인프라 구축,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등 지역발전사업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두 지역이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온 우륵교 개통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지 주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륵교 소통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12월 강정고령보 차량 통행 추진위원회는 권익위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상대로 차량 통행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결과는 각하였다. 피고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게 이유였다.

◆단체장 교체가 '우륵교' 소통 계기 될까
고령군과 군민들은 하루빨리 우륵교 차량 통행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응급환자 발생 시에만 구급차가 우륵교를 이용할 수 있다. 고령군은 "전국에서 보(洑) 위에 만든 다리 중 차량 통행이 가능한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나주승촌보, 공주보, 강정고령보 중 유일하게 강정고령보만 차량 통행이 안 되고 있다"면서 "진정한 두 지역 상생은 우륵교(강정고령보) 개통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고령군 강정고령보 차량 통행 추진위는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신동기 실무운영위원은 "선거가 끝나는대로 실무팀을 꾸려 달성군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최재훈 달성군수 당선자가 후보시절 대구시와 경북도의 상생발전을 약속한 만큼, 차량 통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성군과 주민들은 우륵교 개통 문제 만큼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전사고 발생 우려와 교통 혼잡 등이 이유다. 곽병천 다사읍번영회장은 "현 도로 구조 상태에서 우륵교를 개통하게 되면 교통사고 등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년 전 논의됐던 대구 다사∼고령 다산 광역도로(가칭 곽촌대교) 건립을 추진하면 되는데, 왜 다시 개통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다사읍 주민들은 강정고령보 개통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실제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시범 개통을 추진할 때 반대 서명 운동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며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정고령보 차량 통행 추진 일지
▷2013. 12 고령군차량통행추진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 제기
▷2014. 09 우륵교 차량통행 등 교통난 해소 조정 합의(고령 다산↔달성 다사 간 광역 도로 개설)
▷2017. 03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최종결과 B/C 0.34로 사업 불가
▷2017. 08 청와대·총리실 등에 강정고령보 차량 통행 촉구 건의서 발송
▷2018. 08 권익위 새 조정(안) 제시(다산로∼우륵교∼디아크 내부도로∼금호강 횡단교량∼성서공단북로)
▷2019. 03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 과제 채택
▷2021. 05 강정고령보 차량 통행 지속요청을 위한 권익위원회 방문
▷2021. 08 고령·달성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력약정서 체결
▷2021. 11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청구(차량통행추진위원회→부산지방국토관리청)
▷2021. 12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 각하 통보(피고 주체 불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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