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소 빌딩 화재사건 현장에서 관계당국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영남일보 DB> |
최근 사망자 7명을 포함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A씨. 범인은 이미 현장에서 사망했고, 이로써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진술을 들을 수 없게 됐다. A씨 지인들의 이야기와 A씨가 남긴 기록 등을 통해 범인의 생전 행적이나 성격 등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생전 그가 남긴 기록과 지인 증언 등으로 미뤄봤을 때 A씨는 때로는 그저 '한 명의 중년 남성', 때로는 '자기 확신이 강한 통제 불능 스타일'의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한 번씩 화가 나면 지인들에게 방화를 암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뭔가 일이 안 풀리거나 화가 나면 말끝에 '그냥 불 지르겠다'는 말을 했다." 생전 A씨와 만난 적 있는 복수의 시민이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A씨와 수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B씨는 "몇 해 전 A씨에게 '시너' 사진이 담긴 협박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때도 차에 시너 한 두통을 싣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역시 A씨와 만난 적 있다는 C씨는 "과거 업무상 우연히 A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A씨가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었는지 '확 불 지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홧김에 그러고 말 줄 알았는데, 실제로 방화를 저지를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수년 전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온라인 상에 남긴 게시물 등을 보면, 그에게선 평범한 직장인, 중년 남성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일부 게시물에선 일상적인 고민들을 털어놓거나 가족을 염려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때론 다소 집요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A씨의 지인 D씨는 "한 때 근거리에서 지켜봤던 A씨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본인 확신이나 주장이 강한 통제 불능의 사람 같다고 생각했고, 화가 나면 협박을 할 때도 있었다"며 "그도 코너에 몰려서 그런 짓(방화 살인)을 저지른 것 같고, A씨를 이용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A씨가 그런 식으로 죄 없는 남의 목숨을 빼앗는 짓을 해선 안 됐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건의 진실이 잘 밝혀지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노진실

서민지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