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미술관 '관리동'에서 일어나는 일

  • 이혜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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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5 07:12  |  수정 2022-08-08 07:55  |  발행일 2022-07-05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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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학예연구사>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은 물론이고 꽤 규모 있는 전시공간의 시설은 대체로 '전시동'과 '관리동'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것은 전시장이라 불리는 공간에 작품들이 걸려 있고 관람객이 자유로이 거닐며 그 공간과 작품을 감상하는 것인데, 이러한 모습을 한 장소가 전시동이며 그 안쪽에는 언제나 '관리동'이 존재한다.

돌이켜 보면 나는 학생 때부터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할 때마다 건물의 한쪽 구석에 비밀스레 나 있는 '관리동', 혹은 'Staff Only'라는 푯말을 걸고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이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이 문을 사용할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었다.

지금의 필자는 대구미술관의 학예연구사로 일하면서 그 '문'을 통해 전시동과 관리동을 넘나든다. 가끔 밖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나를 소개할 일이 있을 때 단순히 '미술관에서 일합니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식의 대답은 상대방에게 매우 불친절한 설명이었을 것이다. 학예연구사, 혹은 큐레이터로서 하는 일을 하나의 짧은 구절로 설명하는 게 미흡했다는 변명을 들어보지만 그만큼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양하다. 출입증을 찍어야 열리는 문을 열고 '관리동'에 들어서면 하나의 미술관 안에 존재하지만 전시동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장소가 펼쳐진다. 책상과 의자, 수많은 책과 자료로 혼잡한 학예연구실과 행정지원과 사무실, 관장실, 안내실, 탕비실, 교육실, 회의실 등 미술관 운영의 제반을 담당하는 장소이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전시동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경직된 사무실의 느낌이지만 다양한 인적 자원이 모여 전시동에서 보이고 이뤄지는 모든 것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매우 생산적이고 격동적인 공간이다.

모든 것을 나열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미술관에서 하는 일은 '관리동'에서 컴퓨터 앞 모니터와 씨름하고, '전시동'에서 미술 작품과, 작가를 비롯해 협업하는 다양한 사람들, 관람객과 소통하며 이 둘을 연결 짓는다. 한창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관리동과 전시실을 왔다 갔다 하루에 2~3만 보씩을 걸어 다닌다. 때로는 전시에 연관된 다방면의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기싸움을 하는 등 감정 소모도 마다하지 않는다. 필자는 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의 학예연구사로서 이번 '문화산책' 게재 기회를 통해 전시동에서 보이는 하나의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가운데 일어나는 에피소드, 그에 대한 간단한 개인적 소회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자, 이제 누군가가 '어떤 일 하세요'라고 물어온다면 미술관의 '관리동'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생각할수록 더 머뭇거려진다.
이혜원<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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