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에 말라가는 댐, 녹조, 유충...전문가 "중장기적 대책 강구해야"

  • 이남영,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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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3 13:09  |  수정 2022-07-25 06:48  |  발행일 2022-07-25 제2면
대구시민들 다시 '물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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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수율 17.8%를 기록 중인 경북 영천댐의 바닥에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달 초부터 장마가 시작됐지만 대구경북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낙동강 수계의 운문댐은 가뭄 '심각' 단계, 안동, 임하댐, 영천댐은 가뭄 '주의' 단계로 대구경북지역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환경부는 8월 말까지 200mm에서 400mm의 비가 내려야 가뭄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경북 지역의 무더위와 마른 장마 등으로 낙동강수계 댐의 가뭄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낙동강 내 녹조 현상, 유충 발견 등으로 대구시민의 물 걱정이 재연되고 있다.

◆계속된 가뭄, 말라가는 댐
올해 대구·경북지역은 마른 장마 등의 이유로 댐 곳곳에서 가뭄 현상 빚어지고 있다.

올해 장마 기간은 길지만, 강수량은 적은 '마른 장마' 현상이 유독 심하다.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마른 장마'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시기적으로 장마철인데 비가 없거나 비가 적은 상황일 때를 지칭한다.

23일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장마기간은 7월 3~19일, 평균 강수량은 197.8㎜다. 올해는 지난달 23일부터 지금까지 장마 기간이 계속되고 있지만, 강수량은 22일 기준 대구 123.7㎜, 경북 163.7㎜로 지난해보다 장마 기간은 길고 강수량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의 무더위도 한몫했다. 대구기상청은 최근 10년(2012~2021년)간 연 평균 폭염은 평년 대비 3.5일 많은 18.7일이었으며 열대야 일수 역시 1.6일 많은 7.1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중 대구의 폭염 발생일수가 31.5일로 가장 많았으며, 의성(28.6일), 구미(23.8일), 영천(23.5일), 안동(22.1일)이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현재 남부지방 일부 댐은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지난 19일 운문댐에는 가뭄 '심각' 단계, 안동댐, 임하댐, 합천댐, 밀양댐, 영천댐에는 '주의' 단계가 발령됐다.

환경부는 "지난 17~18일간 낙동강수계 다목적댐 유역에 39㎜ 정도의 비가 내렸으나, 그간의 강우 부족으로 댐 유입 유량이 적어 저수량이 크게 증가하진 않았다. 앞으로 200~400㎜ 수준의 비가 더 내려야 남부지방 댐 가뭄 단계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강우 상황에 따라 8월까지 댐 긴축운영체제를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녹조에 깔따구 유충까지…'물 걱정' 재연
무더위 등으로 인한 녹조 현상과 더불어 깔따구 유충도 낙동강 일대에서 발견되면서 수돗물 걱정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지역 환경단체는 하루 전인 13일 매곡취수장 건너 낙동강에서 붉은 깔따구 유충을 채집했다고 밝혔다. 붉은 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 등은 4급수 지표생물로, 4급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낙동강 녹조도 심해졌다. 지난달 23일 대구지방환경청은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발령된 조류경보를 '관심'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낙동강 일대에 조류 '관심' 단계가 내려진 지 일주일 만이었다. 지난 21일 오후에도 낙동강 칠곡보에 발령된 조류 경보 '관심' 단계가 '경계' 단계로 바뀌는 등 녹조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구 식수원으로 쓰이는 강정고령보 등 낙동강에 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다. 녹조 발생 억제를 위해 낙동강 보 수문을 열어야 한다"며 "붉은 깔따구 유충은 모래강이 아닌 뻘밭에서 살아가는 생물로, 낙동강 강바닥이 지금 모래밭이 아닌 뻘밭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다. 이런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 여태 대구시민에게 공급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는 그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등 물 관련 소동이 있었던 터라 시민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경남 창원시 등에서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에서 나오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주부 박모(여·52)씨는 "과거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을 기억하고 있어서, 최근 대구·경북지역 가뭄, 녹조 등 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불안하다"며 "가뜩이나 저수량도 모자란 데 낙동강 오염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계속 든다. 관계 당국이 물 부족 문제와 오염된 식수원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 "중장기적 대책 강구해야"
낙동강수계의 가뭄 현상과 오염 조짐에 관계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20일부터 내달 8일까지 3주간 대구·경북 정수장 89개소에 대한 일제 점검 실시 계획을 밝혔다. 수돗물 안전을 위한 유충 차단 대책 강구 및 정수장 위생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수질 관련 중장기적인 계획 설립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태관 계명대 교수(환경과학전공)는 "대구 내 정수장은 비교적 관리가 잘되는 편이긴 하지만, 원수 수질이 낮으면 어쩔 수 없이 많은 약품을 넣는 등 질적 저하가 초래될 수 밖에 없다"며 "낙동강 수질 개선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취수원 이전, 수질 개선 등 중장기 정책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영남대 교수(환경공학과)는 "물고기 먹이의 40%가 깔따구고, 이 생물이 인근에 있다는 것 자체는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크게 우려할 부분이 아니다. 깔따구 유충의 존재 여부보다는 현재 운영하는 정수 처리 시스템의 발전과 깨끗한 원수 확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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