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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기자〈경북부〉 |
9월6일 태풍 '힌남노'가 포항 남부 지역을 집중적으로 강타하며 모두 10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공공시설 596억원, 사유시설 1조1천567억원 등 1조2천163억원의 피해가 났다.
태풍 피해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마(水魔)가 남긴 상흔은 아직도 선명하다. 태풍 당시, 큰 피해를 낸 냉천 일대에서는 중장비가 하천에 쌓인 토사를 치우는 등 응급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참사로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천읍 인덕동 한 아파트 주차장도 일상을 회복한 듯 보였다. 다만 지하 주차장 출입구에는 여전히 경찰 통제선이 걸려 있다.
산업의 쌀을 생산하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포항철강공단 내 기업들도 공정 정상화를 위해서 주말을 가리지 않고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지역 이재민은 4천153가구 8천여 명에 달한다. 집이 침수되거나 파손된 112명은 대송면 다목적 복지회관과 동해면민 복지회관에 있는 대피소에서 머물고 있다.
태풍 발생 이틀 뒤 포항 대송면 다목적 복지회관 대피소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80년 한평생을 대송면에서 살았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는다. 자식들 형편도 좋지 않아서 이번 추석 명절은 대피소에서 보낼 수밖에 없어." 태풍의 영향으로 한순간에 집을 잃은 노모는 자신의 안위는 뒷전이고 자식 걱정이 먼저다. 그게 자식 둔 부모의 마음이다. 포항시장도 이 노모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최근 정쟁으로 비화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야당 의원의 공세에 이강덕 포항시장은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국가 기간 산업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시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친수 사업 후에 통수량은 오히려 늘었고, 이번엔 몇 백 년 만에 (오는) 폭우여서 다 대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자연재해가 포항의 문제를 넘어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집중호우와 만조에 대비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재해 대응 시스템 개선을 호소했다. 위기 극복에 대한 리더의 굳은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정쟁만 일삼는 국회를 향한 뼈 때리는 일침이었다.
포항인(人)이 누구인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규모 5.4 지진의 피해 속에서도 굳건히 일어선 시민들이다. 희망의 내일을 떠올리며, 오늘의 위기를 반드시 넘길 수 있도록 서로를 감싸 안고 응원의 분위기를 이어가자.
김기태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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