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기후위기대응 생태전환교육은 학교 교육의 전부여야 한다

  •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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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3 08:13  |  수정 2023-02-13 08:14  |  발행일 2023-02-1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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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겨울방학이 끝나고 열흘 동안 나는 자원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서른일곱 개 학급에 들어가 기후위기대응 생태전환교육을 했다. 저학년들과 학교숲으로 나가 태양과 나무이야기로 기후와 탄소이야기를 했다. 3, 4학년이 되는 친구들에겐 지구에는 어떻게 생물들이 살 수 있는지, 서로 어떻게 협력하며 살아가는지, 사람은 어떻게 다른 생물들에 의지해서 살아가는지부터 시작했다. 왜 이팝나무가 학교나무가 되었는지를 시작으로 학교에 심은 60여 종의 나무들을 찾아다녔다. 봄에 꽃이 피는 산수유, 매실나무, 목련, 조팝나무, 살구나무, 개나리, 미선나무, 히어리가 꽃눈을 부풀리고 있다. 아직도 열매를 달고 있는 단풍나무, 염주나무 씨앗을 날리고, 빨간 산수유 열매를 따 먹었다. 소나무와 반송, 스트로브잣나무 잎과 솔방울을 주워 구별하고 나무의 나이를 세어보았다. 서어나무 줄기 근육을 만져보고, 모과나무에 매달리고, 배롱나무 간지럼을 태우며 나무와 친해지는 공부를 했다. 한 시간 공부지만 그래야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고, 모든 생명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려는 생태감수성이 자라날 것이라 기대했다.

고학년들에겐 교실에서 '기후위기가 뭐예요?'를 제목으로 기후위기를 설명하고, 몇 살이 될 때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하는지와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어린이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그레타 툰베리처럼 행동하기를 이야기했다. 고학년들은 수업이 끝났지만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 가슴에 무거운 납덩어리를 얹어둔 것 같아 미안했다. 오후에 중학생 제자들이 찾아와서 기후위기 이야기를 하자 우울해졌다. 환경동아리 출신답게 이제 중2가 되었으니 친구들과 환경동아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기후위기는 중2에겐 스물한 살 때 일이고, 초등1에겐 중2 때 일어날 문제이다. 그런데도 학교는, 교사들은 기후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기후위기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을 지금과 전혀 다른 삶으로 바꾸어 놓을 텐데도, 지금 꿈꾸게 하는 미래는 없을 텐데도 교사들은, 부모들은, 국가는 여전히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한다. 생물들이 겪을 멸종의 위기나 인류에게 닥칠 식량위기나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후위기쯤은 자세히 몰라도 되는 것처럼 가르치던 대로 가르치려고 한다.

대구교육청은 100여 개 학교를 생태전환교육과 탄소중립 중점 학교로 지정하고, 학교마다 환경동아리를 만들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많은 학교나 교사들은 그저 또 추가된 사업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일부러 이러진 않는다. 익숙한 대로 하던 대로 하기에도 학교 현실은 너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문제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생태전환교육은 1/n 정책이 아니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은 아이들을 속이는 것이고,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짓이다. 생태전환교육은 학교교육의 목표여야 하고, 모든 수업에 관통하는 전부여야 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인류가 함께 노력해서 탄소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고 해도 2050년 전후로 기온이 2℃ 오를 가능성이 70%라고 한다. 인류가 탄소중립을 미처 달성하기도 전에 지구평균기온이 기후변화 임계값(티핑포인트) 2℃에 도달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평균기온이 1.5℃, 2℃ 상승이라는 말은 어떤 지역은 3℃, 4℃가 높아진다는 말이다. 2℃ 상승이 되면 인류는 지금과 전혀 다른 기후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구온도가 1.5℃ 상승에서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동대구역 광장 기후시계는 지구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약 6년160일이 남았고,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은 약 271기가톤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기후시계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나는 점점 조급해지고 두렵다. 그래도 희망이 있겠지 생각하지만 시민들의 일상을 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학교교육, 시민교육이 시급하고 절박하다. 지금 준비하고 시작하자. 이제는 그저 예년처럼 꽃구경하고, 산을 찾아서는 안 된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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