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교육] 양자 중첩, 얽힘 그리고 결 잃음

  •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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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3  |  수정 2023-02-13 08:11  |  발행일 2023-02-13 제13면

[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교육] 양자 중첩, 얽힘 그리고 결 잃음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양자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과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그리고 결 잃음(Quantum Decoherence)이다. 양자 중첩은 슈레딩거의 고양이처럼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이다. 빛이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은 이중 슬릿 실험으로 분명히 밝혀졌다.

양자 얽힘이라는 개념은 양자 중첩의 필연적인 결과로서 두 개의 양자 입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가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먼 거리에서의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얽힘과 양자 얽힘의 실험 연구에 공헌을 한 3명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미국 물리학자 존 클라우저(John Clauser)와 그의 프랑스 동료 알랭 아스페(Alain Aspect)는 광자의 얽힘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한 테스트를 개발했고, 비엔나 대학의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는 얽힘을 처음으로 전송해 양자 통신의 전제 조건을 만들었다.

양자의 결 잃음이란 우리가 양자를 관찰하면 양자의 파동성이 사라지고 입자로만 인식되는 것처럼, 어떤 외부적인 영향으로 양자 얽힘과 양자 중첩이 사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시세계에서는 관찰을 하지 않는 한 양자 중첩과 얽힘이 아무 문제 없이 실현되지만, 거시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영향으로 중첩과 얽힘이 실현되지 못하는 것을 결 잃음이라고 부른다.

양자 중첩과 얽힘은 양자 컴퓨팅, 양자 암호화, 양자 센서, 양자 순간 이동 및 양자 시뮬레이션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연산 프로세스 중에 양자 중첩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결 잃음으로 인해 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양자물리학자들의 연구는 이처럼 결 잃음을 방지하는 방법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불이(不二)라고 해서 이미 모든 것이 중첩되어 있음을 익히 밝힌 바 있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천사와 악마, 선과 악 등 모든 대립되는 것들은 중첩되어 존재한다. 양자 얽힘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시인과론(同時因果論)과 다르지 않다. 칼 융의 동시성의 원리도 아마 양자 얽힘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결이라고 하는 것이 한자어로는 이(理)다. 당연한 법칙이라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이(理)를 사(事)와 대비해 사(事)는 현상계를, 이(理)는 그 현상계의 참된 본질을 가리킨다. 그런 참된 본질를 잃는 것이 결 잃음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는 가속화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기업의 영향력은 확대되었다. 기후 위기로 난민이 급증하고 난민의 입국을 막으려는 극우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확장일로에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류는 분리된 국가나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모두가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현대 문명의 결 잃음을 극복하여 새로운 문명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구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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