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글로컬 대학의 성공 요건

  •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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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3  |  수정 2023-02-13 06:53  |  발행일 2023-02-13 제26면
정부 글로컬 대학 30곳 육성

균형발전·국가 경쟁력 기여

교육과 행정 시스템 등 개혁

창의적 지식 생산 능력 향상

대학패러다임 대전환 필수

[아침을 열며] 글로컬 대학의 성공 요건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정부는 이달 초 '글로컬 대학' 30개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글로컬 대학 한 곳당 5년간 1천억원이 넘는 국고를 지원하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로컬 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의 거점이 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대되는 것은 정부가 '글로컬 대학'의 중요성을 늦었지만 인식했다는 점이다. 나는 2009년 총장 취임사에서 21세기 대학패러다임으로 '글로컬 선도대학(GIU·Glocal Initiative University)' 비전을 제시하였고,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담대한 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그리고 언론 등 여러 경로로 전국에 20~30개의 '글로컬 선도대학'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우려되는 점은 새 정권은 거의 예외 없이 새로운 명칭의 대학지원 정책들을 발표해 왔지만, 명칭만 다를 뿐 접근 방식은 비슷하였고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성공 요건은 무엇인가?

글로컬 선도대학은 단순히 지방대학 육성 정책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글로컬 선도대학은 21세기 새로운 대학패러다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후발산업국가 시대 대량생산체제에서 성장하였다. 그래서 대학은 선진국의 지식을 빨리 습득하여 표준화된 X형 인재를 양성하는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국에 진입하였고, 국가전략도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선도자 전략'으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에는 '창의적 지식'의 생산 및 활용능력이 대학, 기업, 국가의 경쟁우위를 결정한다. 대학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대학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대학, 표준화된 X형 인재 양성에서 창의적 역량을 지닌 'Y형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상아탑에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대학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글로컬 선도대학은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첨단 지식' 생산과 창의적 혁신역량을 지닌 'Y형 인재' 양성으로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선도(Initiate)하는 21세기 대학패러다임이다. 구글이 스탠퍼드대학 연구실에서 발아하였고, 로버트 랭거 MIT 교수가 '바이오 창업의 신'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글로컬 선도대학이 새로운 산업 및 일자리를 선도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에는 '창의적 지식'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므로 사람, 돈, 기업이 글로컬 선도대학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글로컬 선도대학이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을 위한 핵심전략이 되는 이유이다.

글로컬 선도대학은 대학패러다임 전환과 더불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므로, 모든 대학을 글로컬 선도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 패러다임 전환은 대학의 목적, 연구 및 교육 방식, 행정 시스템과 대학문화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이것은 실로 어려운 과제이다. 글로컬 선도대학 패러다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대학의 비전(Vision)을 제시할 수 있고, 치밀한 전략으로 대학의 전면적 혁신(Innovation)을 이끌고, 목표 실현과 저항 관리를 할 수 있는 열정(Passion)을 겸비한 총장, 즉 VIP 리더십을 지닌 총장이 필요하다. 융복합 연구 패러다임 및 Y형 인재 육성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특화 분야에서는 세계적 석학을 유치할 수 있도록 인사 및 보수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교수 및 학생의 스타트업 환경 조성은 물론 실사구시의 실효성 있는 산학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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