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유난히 추운 겨울에 치솟은 난방비

  • 정재학 영남대 교수
  • |
  • 입력 2023-02-16  |  수정 2023-02-16 06:52  |  발행일 2023-02-16 제22면
지구촌 모든 국가 당면 문제

난방비 폭등대란 해결 위해

선거용 포퓰리즘정책 지양

에너지 빈곤층 선별적 지원

친환경에너지 전환 노력해야

[더 나은 세상] 유난히 추운 겨울에 치솟은 난방비
정재학 영남대 교수

2023년 겨울, 지구촌은 난방비 폭등으로 추위에 떨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화석연료의 수급 불안정으로 가스와 석유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고 유럽의 몇몇 국가는 난방비가 10배 이상 뛰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난방비 급등으로 여야가 무능 공방을 일삼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의 무능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주 에너지원으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면서도 가격이 불안정한 화석연료 에너지원을 자연 친화적인 에너지로 교체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듯이 우리나라도 화석연료의 가격 폭등으로 더 큰 어려움을 직면한 국민은 에너지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층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또 포퓰리즘 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문제만 터지면 그 문제의 근본적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또다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임시방편의 국민 눈치 보기식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전 국민 무상 복지 정책이 자연스럽게 전면에 나서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불가항력적 피해를 보상하고 주저앉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처방이었다.

그러나 적절한 치유책이 있는 사건에도 전 국민에게 돈을 퍼주고는 이것이 마치 유능한 정책인 것으로 홍보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그리스의 국가 채무 불이행 사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로존 동일 화폐 내에서 그리스의 기형적 산업구조로 그리스는 국가 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게 됐지만 분명 그리스 정치권의 전 국민 무상 복지 정책의 남발이 현재의 그리스 사태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남미의 세계 제1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도, 한때 경제 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도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 국민 무상 복지 정책을 시행하여 이것이 국가 부도에 작든 크든 그 원인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 국민 무상 복지 정책은 한번 시행되면 되돌리기 무척 어렵다.그러므로 매우 신중해야 하며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어야만 한다. 전 국민 무상 복지 정책은 매우 달콤한 정책일지는 모르나 훌륭한 정책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국민은 깨달아야 한다.

난방비 폭등의 대란에도 그 피해가 불가항력적인 서민층은 따로 있다. 화석연료의 수급이 힘든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지구촌 모든 국가가 당면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전 국민 무상 퍼주기 정책을 시행한 나라는 아직 보지 못했다. 난방비 폭등 문제는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문제이지만 봄이 오면 사라지게 될 것이고 더구나 이러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전 국민 무상 퍼주기 정책은 필연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는 정책을 수반하거나 국가 재정을 부실하게 만들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 지고 그저 겨울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 겨울을 이겨내기에 벅찬 국민층을 파악하여 이 겨울을 잘 버틸 수 있게 하는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역사적으로 처음 맞는 대한민국의 선진국 도약을 지켜내면서도 난방비 급등에 직격탄을 맞아 겨울을 버티기 힘들어진 국민을 감싸 안아주는 정책을 조속히 만들어 무능한 정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