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마음의 뇌과학

  • 곽호순 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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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4  |  수정 2023-02-14 08:04  |  발행일 2023-02-14 제16면
뇌손상 뒤 성격 변한 '게이지 사건' 후

마음은 뇌와 관련 있다는 이론 확산

뇌세포 신경전달물질 연구 발전 계기

[건강칼럼] 마음의 뇌과학
곽호순 (곽호순병원장)

마음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작동하며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마음의 근원을 알면 마음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불편한 마음이나 병든 마음도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좋아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이 어렵다.

1848년 9월13일 미국 버몬트주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마음의 근원을 생각하는데 획기적인 계기가 된다.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이름의 한 청년이 있었고 그는 평범한 철도 건설 노동자였다. 이 청년은 그날 발파 작업을 하던 도중 긴 쇠막대가 왼쪽 광대뼈 밑을 뚫고 들어가 앞머리를 관통하는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 엄청난 사고에도 이 청년은 의식 손상이 있었지만 그 후 회복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사고 후의 게이지에 대해서 "이제 더 이상 게이지는 없다"고 실망을 했다고 한다. 사고 후 게이지는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는 말이다. 사고 전에는 성실하고 참을성 있고 친절하고 일 처리도 체계적이었던 사람이 사고 후에는 너무나 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무례하고 참을성 없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이고 괴팍하고 심지어는 쉽게 욕설도 내뱉어 버리는 등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게이지의 수술을 맡은 '존 마틴 할로'라는 의사가 그를 연구했다. 몇 년간 그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추적하고 기록하여 뇌를 다친 게이지의 변화에 대해 관찰했다. 그에게 생긴 마음의 변화는 바로 전두엽을 다친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리하자면 게이지는 전두엽을 다쳤고 그 이후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마음은 뇌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해 본 계기가 된 중요한 사건이 바로 이 게이지 사건이다.

그 후 뇌에 대한 연구는 과학의 발전에 도움을 받아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했다. 뇌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마음을 뇌기능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는 이론도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된다. 지금은 '인간의 마음은 뇌기능의 산물'이라는 선언을 하기까지 이른다. 이 말의 의미는 매우 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뇌기능이라는 과학적인 현상으로 설명하고 그 뇌기능을 조절할 방법을 찾는다면 바로 인간의 마음도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바야흐로 인간의 마음이라는 비밀의 정원을 과학이라는 열쇠로 빗장을 열고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정원에 들어가서 꽃도 가꾸고 잡초도 캐내고 나무도 다듬을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꾼다는 뜻이다.

뇌기능은 신경세포들의 활동이다. 신경세포는 특이하게 여러 곳으로 뻗어 있는 수많은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이 가지들이 신경세포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 수많은 가지로 신경세포들은 서로 소통을 한다. 사람은 손이 아쉽게도 두 개뿐이다. 장날 반가운 사돈을 만나도 그저 두 손을 마주 잡을 뿐이고 그리웠던 옛 친구를 만나도 그저 두 손으로 악수할 뿐이다. 그러나 신경세포는 수많은 가지가 있고 또 다른 수많은 가지와 서로 악수할 수 있다. 이 세포가 저 세포와 악수하고 그 세포가 또 다른 세포와 악수하다 보면 그 정보가 또 수많은 신경세포에 전달이 된다. 이 악수하는 가지 끝(연접)에서 신경의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를 신경전달 물질이라고 한다. 이 신경전달 물질이 바로 뇌기능을 조절하고 결국 마음도 조절을 한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게이지 사건으로부터 지금의 마음의 뇌과학까지 이르는 길에 과학의 발전은 너무나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마음의 비밀을 밝히는 또 어떤 연구들이 나올까 기대해 보는 것도 가슴 두근댈 일이다.

곽호순<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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