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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연극 연출 겸 작가〉 |
온 사회에 혼란을 안겼던 코로나의 여파가 줄어들고 있다. 공연계도 지난 아픔을 딛고 다시금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천7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뮤지컬 시장은 2022년 5천588억원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는 다시금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늘어난 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 이 호황에는 '크게 오른 티켓값'이라는 불편함도 존재했다. 그동안의 뮤지컬 시장은 VIP석 좌석 가격을 15만원으로 유지해왔다. 정해진 룰은 없었지만 15만원의 티켓값은 심리적 상한선이자 암묵적인 법칙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VIP석 가격을 16만원으로 책정하며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후 뮤지컬 '물랑루즈'가 VIP석 18만원을 내세웠다.
공연 관련 콘텐츠로 활동하는 여러 유튜버의 영상에서도 이러한 가격 인상 이슈는 뜨거운 감자였다. 한 유튜버가 '뮤덕(뮤지컬 덕후·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으로 분해 1인2역으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재밌게 관련 이슈를 풀었는데 그 대화 내용은 이렇다.
"이번에 물랑루즈 초연하는 거 공지 뜬 거 봤어?"
"아, 맞다. 그거 올라오지? 가격 얼마야?"
"18만원"
"십ㅍ…."
"진짜 컨프롱(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넘버 'Confrontation'에서 비롯된 용어로, 뮤지컬 팬 사이에서는 '고민되거나 갈등이 생기는 순간'을 의미함) 되지 않냐?"
이 영상은 가격을 듣고 고민을 하던 유튜버가 결국 공연을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끝난다. 좋은 배우와 화려한 무대에도 여전히 '컨프롱'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랑루즈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유명 배우들의 출연도 기대를 모았지만, 크게 뛰어오른 티켓값 역시 많은 눈길을 끌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국내 작품 중 최초로 19만원의 장벽을 뚫으며 드디어 'VIP석 19만원 시대'를 열었다.
높은 물가 상승률로 공연계 역시 제작비 인상 부담을 지울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관객들의 부담 역시 크다. 이미 티켓값 인상의 물꼬가 터진 이상 그 흐름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 공연계는 더욱 소비자와의 소통에 귀 기울이고, 그 가격에 맞는 가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윤주영〈연극 연출 겸 작가〉

윤주영 연극 연출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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