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우정과 연대를 위한 제3의 장소

  •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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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2  |  수정 2023-02-22 07:16  |  발행일 2023-02-22 제26면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우정과 연대를 위한 제3의 장소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최근 '사회적 고립'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2022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은 고립 상태에 있다.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고,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 행복은 사회 구성원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야만 얻을 수 있다.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1999년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정보혁명 이후 우정과 사랑, 연대의 감성 시장을 미래 모습으로 그렸지만, 사람들에게 타인 및 공동체와의 연결을 제공하는 '외로움의 경제'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1999년 저서 '제3의 장소'에서 미국인들의 삶이 전보다 더 짜증스러워지고 파편화된 것은 이웃들과 매력적인 교류를 즐길 수 있는 대로변이나 골목길, 공원과 광장 등 도시의 '틈새 공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비공식적 공공생활을 위한 핵심 환경'으로서 '제3의 장소'를 강조했다. 제1의 장소가 집, 제2의 장소가 직장이라면, 제3의 장소는 사람들이 가정과 일터 밖의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리고 격식 없이 자주 찾는 모임 장소다.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의 특징을 중립적이고, 누구나 평등하고, 대화 중심이고, 찾기 편하고, 단골이 있으며, 집 밖의 집이라고 정의한다.

모든 매력적인 도시에는 그 안에서 진화해온 독특한 비공식적 공공모임 장소가 있었고, 그러한 장소가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로마에는 포럼이 있었고, 파리의 노천카페, 런던의 커피하우스와 펍이 떠오른다. 미국의 사상가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대화와 카페의 도시라는 점이 파리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라고 했다. 대구도 대표적인 카페의 도시다. 대구는 일찍이 여러 커피 프랜차이즈점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지만 6·25전쟁 이후 당대 내로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로서 다방문화가 있었다. 카페를 단순히 커피산업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공동체를 추구하고, 지식과 문화의 교류와 축적이 일어나는 제3의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

대구에는 카페를 도시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제3의 장소로 주목한 사례가 있다. 2018년부터 카페를 청년들의 사회진입 활동에 활용하는 '청년응원카페'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도시재생 건축물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미터(美터:m)상'도 있다. 북콘서트와 공연이 열리는 카페, 화실, 서점, 도서관이 있는 여러 카페에서 우정과 연대를 쌓아가는 시민들을 만난다. 당신이 즐겨 찾는 동네 카페도 도시의 변화를 만드는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다.
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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