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8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 치유와 기억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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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7 06:46  |  수정 2023-02-17 06:47  |  발행일 2023-02-17 제23면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아리는 기억이다. 바로 2003년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의 비극이다. 내일 2월18일로 꼭 20년이 됐다. 그날 오전 대구 최도심에 자리한 중앙로역 전동차 안에서 방화범이 촉발한 불길은 198명의 생명(실종 6명 포함)을 앗아가고, 151명에게 화상의 고통을 남겼다.

지금 돌이켜봐도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전동차는 화재에 취약한 소재로 이뤄져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다. 지하철 운영의 난맥상도 그대로 드러났다. 재난 대비 매뉴얼은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승객 대피를 놓고 중앙통제실과 현장 기관사가 우왕좌왕했다. 세계 역대급 지하철 참사에 대구란 이름을 올린 불명예가 됐다. 대구는 앞서 1996년 상인동 지하철 1호선 공사장에 스며든 도시가스가 폭발해 101명이 사망(부상 202명)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서울 이태원 참사에서부터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까지 온갖 안전 재난을 다 겪었다. 혹자는 압축 성장의 부작용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한다.

사고와 재난은 100% 차단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중요한 점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도외시하는 기본과 원칙의 준수다. 대중교통의 안전에서부터 불연재의 규칙, 건축법의 준수는 물론 기관사나 선장을 비롯 각자가 맡은 책무를 늘 인식하는 것들이다. 또 하나, 사고가 났다면 아픔을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과학적 인과관계를 분석해 그 과정을 복기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는 정치 논리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 고통스럽지만 20년 전 그날의 아픔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재난참사의 빈도를 최소화하면서 미래로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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