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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
경영학을 전공하고 벤처캐피털(VC)을 경영하는 필자가 뜬금없이 '국가와 정치인'이라는 주제를 들고나온 것이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자에 들어와 국가와 정치인의 역할 및 관계가 매우 혼란스럽다. 아니 나만 혼란스러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국가의 리더(?)라는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나 혼자만 혼란스러운 것은 아닌 것 같아 국가란 무엇이며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국가란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으로 정의된다. 즉 영토, 국민, 주권 등의 3요소를 필요로 한다. 명목상으로 대통령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대리인이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가 운영의 실질적인 주체는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과 그가 구성하는 정부다. 이에 '몬테비데오 협약' 제1조는 정부를 추가하여 영토, 국민, 주권, 정부 등 4요소로 국가를 규정한다.
정치인(politician)은 계속적으로 정치활동에 종사하며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로서 국가의 운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당 활동이 가능한 정무직공무원이다. 헌법상 대표적인 정치인(기관)이 바로 대통령(정부)과 국회의원(국회)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며,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하며,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기관으로서 헌법 자체 규정에 따른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여 국가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정의는 위와 같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야당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라는 보호막하에 헌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심지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나체 그림을 전시하는 등 국격을 실추하는 일도 일어났다. 지난 정권은 국가보다는 국민도 영토도 주권도 없는 상상의 공동체인 민족, 특히 "우리 민족끼리"라는 환상에 빠져 국가의 정체성마저 위태롭게 한 적도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역시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온통 '윤심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민심보다 당내 공천권에만 매달려 공멸의 길로 달리는 형국이다. 국가가 아니라 오직 정치인 자신들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작금의 정치인에 대해 오죽하였으면, 야당인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은 "민주당은 국적은 없고 당적만 있는 사람들"이며, "국익은 뒷전인 채 당리당략만 챙긴다"고 했으며, 한때 민주당 소속이다가 현재는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조차도 "한국 정치는 진영에 중독되어 하나의 팩트를 놓고 진영에 따라 해석은 물론 사실 자체가 달라진다"고 했다.
지금과 같이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존재 근거인 '헌법 준수'가 아닌 '헌법 위반',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 이익이 아닌 정당의 구성원으로서 '진영' 이익을 그리고 '우리'가 아닌 '자신들'만을 앞세운다면 정치인들이 존재할 당위성이 없어진다. 국가가 있어야 정치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에 이어 이태원 참사를 "국가 살인" "정권 퇴진"으로 몰아붙여 이를 추모라고 포장하는 집단을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우리 정치, 나아가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정치인들도 진영보다는 국가를 우선시하면서 '국가' 경영의 책임을 떠맡은 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결국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선거 때 투표로 제대로 된 정치인들을 뽑아 진영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도 살고 나아가 국가도 산다.
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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