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원장의 속편한 이야기] 알코올과 소화장애

  • 정연수 더편한속 연합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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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1 07:22  |  수정 2023-02-21 07:24  |  발행일 2023-02-21 제16면
알코올은 국제암연구소 1급발암물질
소량 음주라도 심혈관·소화기 악영향
'적당량의 음주' 란 없어…금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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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더편한속 연합내과 원장)

보호자가 환자보다 먼저 잽싸게 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부탁한다. "남편이 제가 하는 말은 안 들어서요. 제발 술 좀 끊으라고 해주세요. 겁 좀 주셔야 말을 들을 거 같아요." 그사이 아슬아슬하게 환자가 들어와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간 건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앉는다.

간 수치가 올라갔으니 또는 위에 염증이 생겼으니 술을 줄이라는 말은 쉽게 나오지만 평생 술을 드시지 말라는 선고를 내리기에는 부담스러우며, 더군다나 정상적인 검사 결과를 두고 환자에게 금주를 설명하기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환자는 환자대로 반주 한 잔은 약주이자 소화제이고, 포도주는 심장병을 예방한다는데 뭐가 문제냐며 자신을 알코올 중독자로 모는 부인이 문제가 있다고 항변한다. 무엇이 정답일까.

포도주를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과 비교해 심혈관계 질환이 적게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수십 년 전 발표된 이래, 술과 심장질환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이런 연구 결과들로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성인 남성 하루 2잔 이하, 성인 여성은 하루 1잔 이하 적당량의 음주는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도를 낮춘다고 보고했다. 술 종류에는 크게 상관없으며 여기서 1잔이란 맥주 1잔 혹은 1캔, 소주는 소주잔으로 1잔, 포도주 1잔, 양주 스트레이트 1잔 등으로, 각 술의 종류에 맞는 술잔으로 1잔을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적당량 마시는 술은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추는 등 심혈관계 질환에 보호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내용으로 과거 포도주 열풍이 불기도 했고, 애주가에게는 아주 좋은 변명거리가 돼 왔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많은 논란거리가 있다. 과거 프랑스인들에 관한 연구 자체가 통계적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둘째로 치더라도, 소량의 음주라도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 발생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 적당량보다 더 많이 음주할 때는 오히려 혈압을 상승시키며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술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간에서 해독이 되며 뇌에서 작용하여 사고와 행동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는 간과 뇌에 가장 큰 충격을 준다는 뜻이다. 술은 간경화 등을 일으키며 간암과도 연관이 있다는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간 이외에도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과음은 수면 장애 등과 연관이 있으며 특히 소화기 계통에 악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것이 위염이다. 알코올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며 위 점막을 자극하고 파괴해 오심 등을 일으키게 된다. 위염에서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으로 진행되거나 식도 열상 등이 발생하면 피를 토하거나 흑색변을 보는 등 심각하게 진행되는 때도 있다. 식도에서는 식도 하부 괄약근의 힘이 약해지고, 식도 운동을 감소시켜 위식도 역류질환을 일으켜 상복부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술은 소장이나 대장 점막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비타민 부족이나 영양결핍이 오게 돼 갑자기 살이 빠지게 된다. 장의 운동도 변화시켜 변이 무르거나 만성적인 설사가 일어난다. 췌장에서는 급성췌장염으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심각한 복통을 일으키며, 만성적인 과도한 음주로 인한 만성췌장염은 심한 복통뿐 아니라 당뇨 등을 일으킨다.

알코올은 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술은 구강암 등의 암을 일으킨다. 암 전문가들은 소량 음주에도 암의 발생이 증가하므로 적절한 양의 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아예 술을 마시지 않기를 권장한다. 이는 흡연도 비슷하다. 담배를 얼마나 오래 많은 양을 피웠는지도 중요하지만 담배를 피웠던 것 자체가 폐암 빈도를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론은 소량 음주라도 몸에 해로우니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흡연에 관대했던 문화가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듯, 음주에 대한 인식도 미래에는 흡연처럼 엄격하게 바뀔 것이다.

정연수 (더편한속 연합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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