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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
며칠 전 출장을 다녀오는 기차에서 동대구역을 지나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도착 10분 전에 미리 코트를 챙겨 입고 자리에 잠시 앉아서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기차가 역을 출발하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얼마나 당황했던지… 다행스럽게도 앞칸에 있는 승무원을 발견하고 사정을 밝혔더니 "아, 저런… 동대구역에서 못 내리셔서 많이 놀라신 것 같네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확인해서 도움을 드릴게요"라며 놀란 나를 먼저 안심시키고 다음 정차역에서 환승해서 동대구역에 내릴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적은 용지를 발급해주었다. 이후 대구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승무원이 당황한 나에게 공감해 주었기에 마음의 평온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괜찮습니다. 방법이 있으니 염려 마세요" 정도의 답변이 아니라 나의 혼란스럽고 당황한 마음까지 알아채는 공감을 해 주었던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성을 심화하는 다양한 제언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공감(共感)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이 무엇인지, 어떻게 말하는 것이 공감하는 것인지를 안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코비는 공감의 유익을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심리적 공기'라고 하였다. 인간에게 있어서 육체적 생존 다음으로 가장 큰 욕구는 심리적 만족인데 이는 곧 타인으로부터 이해받고, 신뢰받고,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에게 심리적 산소, 공기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지각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을 잘하려면 그 사람의 감정을 듣고 보고 이해하며 지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감정을 말로 표현해서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면서 깊이 있는 신뢰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그의 감정에 공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면 그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나를 보다 신뢰하게 된다. 이러한 공감은 동의(同義)가 아니다. 동의는 다른 사람의 말과 의견에 맞장구를 치는 것으로 그 사람의 말이 맞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공감의 본질은 감정적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공감은 다른 사람의 삶 속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걱정만 하는 동정이 아니다. 즉, 힘들고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안됐다' '불쌍하다'라는 마음을 갖는 동정과는 다르다. 공감은 동일시가 아니다. 그 사람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고, 괴로움도 분노도 나의 것이 되는 등 자신이 그 사람인 양 그의 기분이나 감정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감정 혹은 마음속에 함축되어 있는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공감이다.
브래디 미카코는 그의 책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 공감에 대해 말하면서 "신발이란 한 사람의 인생이며 생활이자 환경이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독특한 개성과 마음과 사고방식이다. 타인의 신발을 신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되어 상상력을 펼쳐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에게 딱 맞는 편안함을 주는 신발을 벗고, 익숙하지 않은 남의 신발을 신어 보는 것 그것이 공감이다.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를 포기하고 상대에 맞추기만 해야 되는 것이어서 어렵기까지 하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과연 공감을 잘하는 사람인지, 우리 사회는 공감의 미덕이 있는지 성찰하게 된다.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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