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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영〈연극 연출 겸 작가〉 |
"관객 여러분께서는 본인 좌석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 및 비상구를 확인하여 주시기 바라며 비상 상황 발생 시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전한 곳으로 신속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이는 영화 관람 시 흔히 들을 수 있는 안내 멘트로, 중·대극장 공연 관람 시에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는 멘트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극장에선 쉽게 들을 수 없다. 공연계 역시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이는 중·대극장이 주를 이룰 뿐, 소극장 공연장은 그 발걸음이 더디다.
얼마 전 관람한 소극장 공연의 경우, 공연 시작 전 대표자가 나서 공연에 관한 안내 멘트를 했다. 휴대폰 무음 설정이나 음식물 섭취 등에 관한 내용이었고, 비상구의 위치나 비상 상황 발생에 대한 안내는 미비했다. 더욱이 대표자는 관객에게 "저희 공연장은 많이 노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휴대폰 진동 소리에도 조명기가 떨어질 수 있으니 꼭 전원을 껐는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이를 마냥 농담으로 넘기기엔 실제 관객의 머리 위에 놓인 조명기는 '틱틱'하는 소리와 함께 깜박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조명기가 떨어지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관객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공연을 관람해야만 했다.
이는 비단 그 공연장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공기 청정기다. 내가 먼지를 마셔준다"라고 이야기하는 관객이 있을 만큼 공기 순환 문제를 비롯해 극장 설비 노후화, 안전 관련 안내 멘트 미비 등의 문제가 수많은 소극장에 즐비해 있다. 공연장은 관객에게 쾌적한 공연 관람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소공연장이 이 문제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주기적으로 공연 상황을 살피는 하우스 어셔가 상시 대기하고 있는 대극장과 비교해 보면 더욱이 참담하기만 하다.
이러한 안전 문제는 관객뿐 아니라 공연을 하는 예술계 종사자 또한 직면해 있다. 필수적으로 '안전 교육'을 들어야 하며 공연 내부 상황과 안전을 책임지는 무대감독이 상시 대기하고, 안전모와 안전화 등의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만 무대 작업이 가능한 대극장과는 달리 소극장은 '유도리 있게' 작업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작은 공연장까지 하나하나 안전 관리 감독이 불가능한 탓에 공연장은 이미 안전 불감증의 환경에 '유도리 있게' 적응해 버렸다. 관객과 공연계 종사자 모두 불안한 환경을 감내해야만 하는 소극장의 현재이다. 전에 없던 공연 호황기를 누리는 요즘, 작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져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이 더욱 필요해진다.윤주영〈연극 연출 겸 작가〉

윤주영 연극 연출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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