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장 난 인사 검증 시스템, 대대적으로 손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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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7  |  수정 2023-02-27 06:58  |  발행일 2023-02-27 제27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가 드러난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결정을 취소했다. 정 변호사 본인이 사의를 표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학폭이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들끓는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초부터 검찰 출신 정 변호사를 전국 수사 경찰을 총지휘하는 자리에 발탁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할 뚝심이었으면, 후보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 대한 검증이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했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이토록 먹통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은 5년 전에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다고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학폭 피해자는 평생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학폭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정 변호사는 법적 대응에만 주력했다. 학폭위의 강제전학 조치가 부당하다며 1·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갔으나 모두 패소했다. '더 글로리 현실판'이란 개탄이 나올 만하다.

대통령실이 사태 조기 수습에 나선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경찰청 등 검증 라인이 정 변호사 자녀 사생활까지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건 궁색한 변명이다. 정 변호사 아들 학폭사건은 이미 언론에까지 보도됐기에 사전 파악이 충분히 가능했다. 현 정부 들어 인사 참사가 거듭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고장 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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