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지방시대정책과 협력의 경험

  • 최범순 〈사〉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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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7  |  수정 2023-02-27 07:02  |  발행일 2023-02-27 제25면

[단상지대] 지방시대정책과 협력의 경험
최범순 〈사〉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한 적이 있다. 단 내가 주목한 것은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으로 대표되는 기술이 만들어 낼 미래사회가 아니라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었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이라는 이른바 4C 능력을 갖춘 인재상에 눈길이 갔다. 특히 '협력'에 주목했다. 미래사회의 창의성은 비판적 사고와 소통 능력을 갖춘 개인들이 상호 협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발휘될 수 있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이해했다.

내가 '협력'에 꽂힌 것은 과거 해외 유학 기간에 다른 나라 유학생들과 달리 현지 대학이나 지역사회가 제안하는 행사에 덜 협력적이었던 나와 한국 유학생들 모습이나 지금 일상적으로 만나는 학생들이 팀 과제를 반기지 않는 모습 등도 영향을 끼쳤다. 물론 모르는 곳에서 흥미로운 협력들이 일어나고 있겠지만 "한국 사회는 협력에 취약하다"는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취약한 협업 능력이 한국 사회의 결정적 아킬레스건이 되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이 점점 더 커진다. 그래서인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 입에 붙었다.

협력은 기본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혼자서 기획하고 진행하면 속도도 빠르고 효율적인 상황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 능력이 미래사회 인재상의 핵심 요소로 꼽힌 것은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이라는 단어들이 말해주듯이 미래사회는 뛰어난 특정 개인의 수월성(秀越性)으로 감당할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속도도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통과 협력의 과정이 훨씬 더 큰 창의성을 발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협력은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활성화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현재 지역사회는 '청년 유출과 지역소멸'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더해 국가 단위에서는 0.7%대로 떨어진 출생률을 확인한 상태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여러 정책이 펼쳐진 시간은 짧지 않다. 그런데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패러다임 전환 수준의 새로운 방식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아야 한다. 지금은 원인과 양상 진단에만 머무는 반복된 말들보다 기존과 다른 방식을 실험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실천이 절실하다.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활성화에서 지역 주민들이 "협력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이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활성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 길은 지난하다. 다른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는 주민이 주체나 주인공이 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협력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꾸준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개인적으로 2018년 대구시, 2022년 경북도에서 시작된 '지역문제해결플랫폼' 사업에 주목한다. 지역문제해결플랫폼 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역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지역대학 등이 협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좋은 협력 경험과 모델을 쌓으면서 모두가 공생·공영하는 지속 가능의 길과 제국주의 시대의 우승열패나 약육강식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무한경쟁 끝에 공도동망하는 길. 우리는 지역의 미래세대에게 어느 길을 열어주어야 할까?
최범순 〈사〉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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