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2·28 민주운동

  •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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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8  |  수정 2023-02-28 06:50  |  발행일 2023-02-28 제22면

[3040칼럼] 2·28 민주운동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화 운동인 2·28 민주운동 기념일이다. 63년 전 오늘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25일 대구 MBC에서는 '쓰레기와 장미'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 제목은 영국 유력지 '더 타임스'의 찰스 하그로브 기자의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보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를 기대하는 편이 좋다'란 기사에서 따왔다. 찰스 하그로브 기자는 2·28 민주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2·28 민주운동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였던 장면 박사의 선거 유세에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학생들에게 일요 등교를 지시하자 이에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경북고, 대구고 등 8개 학교 학생들은 반월당과 중앙로, 경상감영공원 길을 따라 시위를 하며 정부의 부당한 등교 지시, 자유 민주주의의 위기를 전국에 알렸다. 당시 경북고 하청일 학생이 작성한 결의문에는 "정의에 배반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눈물을 많이 흘릴 학도"라고 아로새겨져 있다. 또한 당시 경북고 학생회 부위원장이었던 이대우 학생의 자필 기록에는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와 차이가 많이 나는 현실을 기성세대는 침묵하고 있었지만 어린 고등학생들이 분연히 일어나 독재에 항거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학생들이 정부의 자유 억압과 부정에 저항하고자 뜻을 모아 운동을 기획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외침은 이후 3·15 의거와 4·19 혁명 등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2·28 민주운동을 되새기면서 일제 식민 통치, 절대 빈곤, 독재정권을 함께 고찰해 본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와 풍요로운 경제가 실은 우리 윗세대의 피와 땀으로 힘겹게 피워낸 장미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시에 필자를 포함한 지금의 3040은 어쩌면 태생적으로 온실 속 장미로 자라온 세대가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 3040이 발로 딛고 있는 보드라운 흙과 달리 부모 세대와 그 윗세대는 거칠고 험한 땅에서 온몸으로 현대사의 질곡에 정면으로 부딪치며 자유 민주주의를 힘겹게 쟁취하였고 폐허가 된 경제 속에서 기업을 일구고 성장시켰다.

3040 세대는 가정과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세대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의 육아로 분주하게 아침과 저녁을 보내고 기업 내에서도 다양한 업무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중견들이다. 앞으로 전진하는 배가 역풍을 세게 맞듯 고민과 갈등 또한 많이 경험하는 시기이다. 조직 내 갈등, 시기와 질투, 사내 정치로 스트레스를 받는 세대이기도 하다.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백척간두에서 뜻을 굽히지 않았던 앳된 소년들의 기개를 기억한다. 63년 전 오늘 소년들 또한 가슴이 콩닥거리고 겁이 났을 것이다. 대학도 가고 공부도 하고 장가도 가야 할 꿈 많은 소년들은 민주운동에 참여함으로 인해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감옥에 갈 수도 있었기에 '시위에 참여하지 말고 그냥 집에 있을까' 수백 번 고민했을 것이다.

뜻이 바르고 목표가 공명정대하다면 더디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꿋꿋이 가야 한다. 약간의 타협하고 싶은 마음, 정도(正道)가 아닌 지름길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1960년 2월28일 소년들이 보여주었던 당찬 각오와 기개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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