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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
고대 로마는 3월(Martius)에 새해를 시작했다. 로물루스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역법은 농업에 기초를 두어 겨울은 아예 포함하지 않아 1년은 열 달만 있었다. 다음 왕 누마(Numa Pompilius)는 겨울인 1월, 2월을 추가해 열두 달로 변경했지만 354일에 불과했다. 춘분 덕분에 1년의 길이를 알고 있었기에 윤일(intercalary day)을 계속 더해야만 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집정관에 오른 뒤 3년(기원전 57년)에는 윤일 때문에 446일이나 되었다고 한다. 기원전 46년 카이사르는 이집트를 정복한 뒤 이집트의 태양력을 본떠 율리우스력을 만들었고 일 년을 365일로 정했다. 아우구스투스가 황제가 되면서 7월(July)은 양아버지 율리우스를, 8월은 본인의 이름(August)을 따서 붙였다.
로마는 군사 대국답게 전쟁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3월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의 이름을 땄다. 기원전 153년 로마는 한 해의 시작을 1월로 바꾸었다. 이 때문에 7(septem), 8(octo), 9(novem), 10(decem)번째 달은 두 달씩 밀려 오늘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고대 로마의 3월은 농사·항해·전쟁과 같은 활동적인 삶으로 복귀를 의미했다.
오늘날에도 3월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새싹이 돋아나고 모든 생물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춘분이 있는 달이라 새해와 관련된 카니발과 같은 축제들이 이달에 집중되었다. 3월은 희망을 상징하는 봄의 시작이었다.
영어로 봄을 뜻하는 스프링(Spring)은 용수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물이 솟아나는 샘(Source)을 뜻하기도 한다. 물이 녹아 생명수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불어로는 프렝땅(Printemps)이라고 하는데 다른 계절에 앞서는 좋은 시절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의 봄은 '보다'의 명사형인 '봄'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희망을 가진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3월이 왔지만 현실을 보면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저물고 보호주의가 등장하면서 공급망의 훼손과 각자도생의 흐름이 심화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수출 부진과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정책 조합도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은 23일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만큼 대내외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경제문제는 도외시한 듯 보여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이 왔음을 알리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윤리학에서 언급한 명언이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외투를 벗으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하나의 사실만으로 미리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새봄에는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산적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때임에 틀림없다.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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