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핫토픽] 스톤아일랜드·몽클레어·톰브라운에 형광 반바지…입는 거 맞을까

  • 박준상
  • |
  • 입력 2023-03-15 18:12  |  수정 2023-03-15 18:20  |  발행일 2023-03-17 제22면
'허세 브랜드'가 된 고가 의류
언젠가부터 구입·착용 꺼려져
그래도 찾게 되는 애증의 옷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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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특정 의류브랜드가 강조된 '문신육수충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떠도는 밈.  <인터넷 캡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한 남성이 과장되게 팔과 어깨를 흔든다. 팔뚝에는 유명 의류브랜드의 로고가 있다. 와펜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 스톤아일랜드의 로고다. 그러면서 다른 말 없이 "입었잖아"라고 와펜을 강조하며 건방스럽게 말한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한다.

스톤아일랜드, CP컴퍼니, 몽클레르, 무스너클, 오프화이트, 톰브라운…. 요즘 '허세' 옷이 된 이 브랜드들. 왜 이 옷들은 허세가 된 걸까. 바로 가격이다. 예전에는 노스페이스 '대장패딩'이 등골브레이커로 꼽혔지만 이제는 대장패딩 정도는 등골은커녕 손목도 꺾지 못한다. 스톤아일랜드 패딩 제품은 최소 100만원대다. 맨투맨이 30만원을 웃돈다. 10만원 상당의 패딩, 3만원짜리 맨투맨보다 재질이 얼마나 고급스러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 와펜 하나 더 붙으면 가격은 0이 하나 더 붙는다.

옷이라는 것이, 사실 가격에 비하면 실용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물건이다. 신체를 보호하는 용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의(衣) 아닌가. 기능성 소재와 탁월한 질감 등도 옷의 가격을 좌우하지만 옷값의 대부분은 '로고값'이다.

사실 '허세'옷이라고 한 건 점잖은 표현이다. 근래까지는 비슷한 말로 조롱과 혐오를 섞인 '된장남(여)'라는 말이 있었고, 최근엔 '문신육수충'이라고 한다. 온몸에 문신이 있고 여름엔 형광색 반바지를 입고 땀을 흘리며 입엔 담배를 물고 클러치를 허리춤에 장착한 형님들. 이 형님들이 위의 브랜드를 애용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말 그대로 '문신육수충이 입는 옷'이라며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저 옷들이 문신육수충 옷이 되기 전에도 브랜드 마니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미지 탓에 마니아들은 그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지 못한다. 기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아울렛에 쿠폰과 포인트를 사용해 나름 적당한 가격에 구매한 엠포리오 아르마니 점퍼를 한 벌 샀다. 그런데 어느새 최근 한 코미디 유튜버 다나카가 인기를 얻으면서, 아르마니는 '다나카가 입는 옷'이 됐다. 다나카 탓에 입을 수 없다니, 안타깝다.

이렇게 말했지만 기자의 옷장도 허세가 가득하다. 스톤아일랜드도 있고 무스너클도 있고 뭐, 사실 적지 않다. 설마 누군가 기자에게 "문신육수충이 입는 옷 입는다, 다나카 옷 입는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꺼림직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그러면서 고급브랜드 편집샵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 어쩌면 '샤이 문신육수충'일지도.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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